문호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주인공 베르테르는 연인 로테와의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결국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당시 이 소설은 유럽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고 소설 속의 베르테르처럼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미국의 사회학자 데이비드 필립스 교수는 이러한 모방현상을 베르테르효과(Werther effect)라고 정의했다. 유명인이나 자신이 모델로 삼고 있던 사람 등이 자살할 경우 그 사람과 자신을 동일시해서 자살을 시도하는 현상 나아가 사람들이 다수의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따라 하는 경향을 빗댄 말이다.
서점에 내걸린 베스트셀러 순위가 베스트셀러를 만들어 낸다는 사실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소문이다. 봐야 할 책을 미리 정하고 서점을 방문하는 경우도 있지만 막연하게 책 한 권 사볼 요량으로 서점을 방문하는 경우도 흔치 않다. 이런 경우 서점을 찾은 사람이 제일 먼저 눈길을 주는 곳이 금주의 베스트셀러 목록일 것이다. 이러한 순위효과 때문에 출판사에서 사재기를 하여 인위적으로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내던 것도 공공연한 사실이다.
금융시장에서도 베르테르효과를 찾아보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적립식 펀드를 통한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이 한 달에 조 단위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적립식 펀드 가입자 가운데 그 효과나 실익을 꼼꼼히 따져서 가입한 사람은 얼마나 될까? 혹시 '한참 뜨는 상품이니까...''주변사람들이 다하는데 뭐...' 하는 식의 군중심리가 먼저 발동한 것은 아닐까?
문제는 주체적 판단없이 남들을 따라 하는 것에 있다. 남들이 부동산으로 돈을 벌었다는 소문이 간간히 들린다. 그러다가 주변의 아는 사람도 돈을 벌었다는 말을 듣게 된다. 대세는 부동산이며 부동산을 하지 않으면 바보라는 생각마저 든다. 현재의 재정상황이나 상환능력은 생각치도 않고 담보대출에 신용대출까지 한껏 끌어다 아파트를 한 채 더 산다. 약간의 불안감은 주변사람들의 부추김에 기대어 애써 모른 척 한다. 부동산 가격이 치솟는 데에는 이런 군중심리도 한몫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남들이 하니까 좋은 것이라는 생각은 지극히 위험하다. 주식시장에서는 일반 다수의 투기심리를 이용할 때 오히려 큰 수익을 거두는 경우가 많다. 다수가 주식을 팔면 내가 사고 다수가 사면 내가 파는 식이다. 노련한 투자자의 말에 의하면 그렇게 하는 것이 분석자료를 따르는 것보다 더 수익이 낫다고 한다. 우리나라 부동산에 우려할 만큼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모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나라 땅을 팔면 미국 국토의 절반을 살수 있다는 신문기사가 씁쓸하다.
개인의 상황에 맞게 투자하는 일은 투자의 철칙 가운데 하나다. 많은 객관적인 사실들이 미래의 불안을 말해주고 있는데도 5%를 무의식적으로 뒤쫓는 대다수 95%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