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2년전 글인데 문득 생각나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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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윤영걸
16세기 일본에 신음류(新陰流)라는 독특한 검술이 등장했다. 이 방법을 쓰는 사무라이는 발걸음부터 눈의 깜박임까지 상대방의 모든 움직임을 똑같이 따라해 적을 곤혹스럽게 했다.
인내심을 잃은 적이 공격에 나서 허점을 보이는 순간 치명적인 반격을 가한다. 이 검술의 핵심은 끝까지 침착성을 잃지 않는 데 있다. 로버트 그린은 저서 ‘전쟁의 기술’에서 뛰어난 사무라이는 칼을 잘 쓰는 사람이라기보다 스스로 마음을 평정한 사람이라고 강조한다.
주식투자는 기술보다 마음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사무라이 검법과 꼭 닮았다. 돈을 벌려고 하는 주식투자지만 역설적으로 돈 욕심에 눈이 어두워지면 실패는 예고된 사건이 된다. ‘은행이자+알파’의 수익을 얻겠다는 소박한 마음으로 시장과 외로운 싸움을 하며 오래 참아야 한다. 투자 수익은 고통에 대한 대가다.
활황증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얼마나 오를지 아무도 모른다. 신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분명한 사실은 주식이란 열차에 탑승한 사람과 이를 외면한 사람 간에 빈부격차가 갈수록 커질 것이란 점이다. 채권과 은행예금은 물가 상승에 못 미친다. 반면 주식투자는 수익이 재투자되면서 복리 효과를 창출한다. 복리는 수익률이 높을수록, 기간이 오래될수록 작은 돈을 큰 돈으로 불려주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월가의 전설로 불리는 피터 린치는 13년간 2700%, 연평균 29%라는 경이로운 수익률을 올렸다. 그러나 그가 운용을 맡았던 마젤란펀드에 투자한 고객 중 절반 이상이 손해를 입었다. 왜 그럴까. 투자자들이 수익률이 좋았던 1~2분기 뒤에 펀드에 돈을 넣었다가 수익률이 부진했던 1~2분기 뒤에 투자자금을 회수한 탓이다. 주식투자 수익의 90%가 전체 투자기간의 2% 동안 발생한다. 부화뇌동하는 성급한 투자자는 과실의 달콤함을 누릴 수 없다.
1988년 포스코 국민주 청약을 한 사람이 그대로 갖고 있다면 배당과 증자를 포함해 80배의 수익을 올렸다. 신세계는 지난 10년간 40배, 현대중공업은 30배 올랐다. 독점적 이익을 향유하고 있으면서 은행금리보다 높은 배당을 주는 주식을 사면 실패할 이유가 별로 없어 보인다. 부동산 지향적인 투자자라면 부동산이 많은 알짜 기업 주식을 사면 된다. 확률에 베팅하지 말고 수익성에 돈을 묻어야 한다. 벌어서 은행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은 미래가 없다.
크리스토퍼 브라운은 저서 ‘가치투자의 비밀’에서 고수익을 얻기 위한 두 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쇼핑하듯 할인판매 중인 주식(가치주)을 싸게 사서, 시장에 최대한 오래 머무르란 게 골자다. 그는 “만일 옆집 마당이 지저분하다는 이유로 집값이 2% 떨어졌다면 더 떨어질까 두려워 당장 집을 팔고 이사할 것인가?”라고 묻는다. 주식은 부동산과 같은 장기 자산이므로 오래 보유하란 조언이다.
‘花無十日紅(화무십일홍)’이란 말이 있다. 주식시장 전망이 아무리 밝다고 해도 언제까지 좋을 수만은 없다. 증시에서 거품과 붕괴는 필연이다. 다가올 장마철에 대비해 지금부터 우산을 장만하고 처마를 수선해야 한다. 침체 증시가 와도 덜 떨어질 저평가된 우량주를 사서 오래 버틸 각오를 다져야 한다.
투자는 단거리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다. 헝가리 출신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산책에 나선 애완견과 주인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지만 결국 집에는 함께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주가는 결국 기업의 가치에 수렴한다는 얘기다.
세월이 흐르면 투자방법과 기준도 변한다. 그러나 가치투자의 원칙 그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주식투자는 어떤 의미에서 보면 ‘정신과’ 영역이다. 성격과 인생관부터 바꾸어야 길이 열린다. 자신의 마음을 다스려야 진정한 사무라이가 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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