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물로 존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알고 있기로 우주에서 생물이 존재하는 곳은 우리 은하에서도 별로 드러나지 않는 지구뿐이지만, 그나마도 아주 인색한 곳이다. 저 깊은 바다 속의 해구부터 가장 높은 산 정상까지 생물이 살고 있는 지역은 겨우 20Km 남짓에 불과한데, 우주 전체의 공간과 비교한다면 정말 작은 공간이다. 하물며 인간에게 주어진 공간은 더욱 적다.

우리는 4억년 전, 바다에서 육지로 올라와서 산소를 호흡하면서 살기로 한 성급하고도 위험스러운 결정을 내렸던 생물종에 속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물론 물속에서 호흡을 할 수 없다. 그러나 압력을 견디지 못하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해양학 분야의 교양서 작가들을 포함한 거의 모든 사람들은, 인간의 몸은 깊은 바다의 엄청난 압력을 받으면 부스러져 버릴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물은 거의 압축할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 물로 되어있는 우리 몸은 주변과 같은 압력을 유지하게 되고,그래서 깊은 곳에 들어가더라도 부스러지지 않는다. 하지만 몸 속, 그 중에서도 폐에 들어 있는 기체가 문제가 된다. 그 기체가 어느 정도 압축되면 치명적인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다. 극히 최근까지도 100미터 정도까지 잠수하면 폐나 흉벽이 파괴되어서 고통스럽게 죽게 된다고 알려졌지만, 스킨다이빙을 하는 사람들은 그것이 사실이 아님을 수없이 보여주었다. “인간은 생각했던 것보다 고래나 돌고래에 더 가까운 것 같다.“

하지만 다른 문제들도 많다. 긴 호스를 통해서 수면으로 연결된 잠수복을 입던 시절의 잠수부들은 ‘압착’이라는 무시무시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수면에 있는 펌프가 고장이 나서 잠수복의 압력이 떨어지면 나타나는 현상인데, 잠수복 속의 공기가 격렬하게 빠져나가면, 불운한 잠수부는 문자 그대로 헬멧과 호스 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린다. 생물학자 홀데인(J.B.S.Haldane)이 1947년에 쓴 글에 의하면, 수면위로 끌어올린 “ 잠수복 속에 남아있는 것은 뼈와 몇 점의 살점” 뿐이었다. 자신의 말을 믿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서 그는 “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깊은 곳에 들어갈 때에 가장 무서운 것은 “ 벤드”라는 잠수병이다. 우리가 호흡하는 공기의 78%은 질소로 되어있어서 인체에 압력이 가해지면 질소가 작은 기포로 변해서 혈액과 조직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런데 잠수부가 너무 급하게 수면위로 올라오게 올 때처럼 압력이 급격하게 변하면, 몸 속에 갇혀있던 기포가 샴페인 뚜껑을 열 때처럼 끓어 올라서 작은 혈관을 먹아 버리게 된다. 세포에 산소 공급이 끊기면 극심한 통증이 생겨서 잠수부가 몸을 비틀게 되기 때문에 벤드(bend)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그런 벤드는 오래 전부터 진주를 채취하는 사람들의 직업병이었지만,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19세기부터는 물에 잘 들어가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그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잠함(교각을 설치하기 위해 강바닥에 설치한 밀폐된 상자)에서 일을 하던 사람들이다. 그런 곳에서 오랫동안 작업을 하던 사람이 바깥으로 나오면 피부가 조금씩 따끔거리고 가려운 증상이 나타났는데, 어떤 사람들은 관절에 지속적인 통증을 느끼게 되고, 심지어는 고통 때문에 쓰러져서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잠자리에 들었던 사람들이 마비되어버리는 경우도 있었고 아주 깨어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극한 상황에서 생존하는 방법을 알게 된 것은 대부분 홀데인 부자의 남다른 노력 덕분이다.
홀데인은 수면으로 올라오면서 얼마나 자주 쉬면 벤드를 피할 수 있는가를 알아냄으로써 잠수기술에 크게 기여했다. 또한 그는 등반가들이 겪는 고공병에서부터 사막 지역에서 발생하는 심장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독성가스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던 그는 광부들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하는 현상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 자신을 조직적으로 일산화탄소에 노출시킨 후 혈액을 채취해서 분석해 보기도 했다. 모든 근육이 완전히 마비되기 직전에 멈추었을 때 혈액의 포화수준은 56%였다. 다이빙의 역사를 재미있게 소개한 <바다 밑의 별>을 쓴 트레버 노턴에 의하면, 그것은 치명적 수준에 가까운 정도였다.

후세에 J. S. B.로 알려진 홀데인의 아들 잭(Jack)홀데인 역시 놀라운 인물이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실험을 도와주던 그는 10대 때 두 사람이 함께 서로 가스마스크를 돌려 가면서 쓰고, 기절을 하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가를 실험하기도 했다. 옥스포드에서 고전을 공부했던 J. S. B.홀데안은 과학분야의 학위를 취득하지는 않았지만, 스스로의 노력으로 여러 업적을 남겼다. 다윈의 진화론과 멘델의 유전이론을 접합해서 유전학자들에게 현대의 종합이론으로 알려진 새로운 이론을 정립하기도 했다.
홀데인 1세는 주로 광부와 독가스에 관심이 많았지만, 젊은 홀데인은 잠수함 승무원과 잠수부에게 나타나는 직업병을 해결하는 일에 매달려, 산소의 독성을 스스로 시험해 보던 중에 심한 경련이 일어나서 척추를 다친 경우도 있었고 폐에 문제가 생기는 일은 흔히 있었다. 고막에 구멍이 생기는 일도 흔했는데 그러나 홀데인이 확신에 차서 말했듯이 “ 고막은 저절로 나았다, 구멍이 그대로 남아있으면 귀가 조금 어두워지기는 하지만, 그 구멍을 통해서 담배연기를 불어 넣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 “ 정말 특이했던 것은, 홀데인이 연구를 위해서 스스로 그런 위험을 감수 할 뜻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동료들과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 장치 속으로 들어가도록 설득하는 데에 아무런 가책을 느끼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산소 결핍증에 대한 실험을 마친 홀데인은 6년 동안 엉덩이와 척추아래 부분의 감각을 잃어버렸던 경우도 있었다.

홀데인이 집착했던 문제 중엔 질소 중독도 있었다. 아직도 그 이유가 정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대략 수심 30미터 이하에서는 질소가 강한 독성을 나타낸다. 질소에 중독된 잠수부들은, 자신의 공기 호스를 지나가는 물고기에 주어버리거나, 그 자리에서 쉬면서 담배를 피우고 싶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한 감정의 변화를 일으키는데 홀데인은 실험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 우울한 상태에서 기쁨에 넘치는 상태로 감정이 쉽게 바뀌는 것을 보았다. 한 순간에는 ‘피를 토할 정도로 괴롭다’면서 압력을 줄여 줄 것을 간청하다가, 다음 순간에는 크게 웃으면서 옆에서 민첩성을 시험하는 동료에게 장난을 치려고 애를 쓰기도 했다. “ 실험대상자가 약해지는 속도를 측정하기 위해서 과학자가 함께 장치 속에 들어가서 간단한 산수문제를 풀게 해보기도 했다. 훗날 홀데인의 기억에 따르면, 몇 분이 지난 후 에는 “ 두 사람 모두 중독이 되어서 초시계의 단추를 누르거나 기록하는 일을 잊어버리게 된다” 대기의 태반(정확하게 77.7%)을 이루고 있는 질소에 취하게 되는 이유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알코올에 위하는 것과 같은 이유일 것이라고 짐작은 되지만, 정확하게 무엇 때문에 그런 증상이 나타나게 되는가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르고 있다. 어쨌든 땅을 떠나기만 하면 아주 조심하지 않는 한 위험에 빠지기가 아주 쉽다.

결국 우리는 지구가 생물이 살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는 하지만, 살기에 가장 쉬운 곳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되는 셈이다. 지표면에서 생물이 서 있을 수 있을 정도로 말라 있는 얼마 안 되는 면적 중에서도 놀라울 많은 부분은 우리에게 너무 덥거나, 너무 춥거나, 너무 메마르거나, 너무 가파르거나, 너무 높다. 적응에 관한 한 인간은 정말 놀랄 정도로 형편없다. 대부분의 동물들처럼 우리도 정말 더운 곳을 싫어하지만, 땀을 많이 흘리고 넘어지기 쉬운 우리는 특별히 더위에 약하다. 물 없이 무더운 사막에 서있는 것과 같은 최악의 상황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6-7시간 이내에 정신착란을 일으켜 졸도한 후에 다시는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추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대책이 없다. 모든 포유류가 그렇듯이 인간도 열을 발생시키는 데에는 뛰어나지만, 털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그 열을 제대로 지키지는 못한다.

물론 우리는 옷이나 집을 이용해서 그런 약점을 보완하기는 하지만, 그렇게 하더라도 지구에서 우리가 살 수 있는 면적은 정말 얼마 되지 않아서, 전체 육지 면적의 12% 또는 바다를 포함한 지구 전체 면적의 4%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의 다른 곳의 상태를 알고 나면, 우리가 지구상의 면적 중에서 아주 조금만 사용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활용 할 수 있는 면적이 조금밖에 없기는 하지만, 그런 행성을 찾아 낼 수 있었다는 것이 신기한 일임을 이해하게 된다. 우리 태양계를 살펴보거나, 아니면 지구의 역사 중에서 어떤 기간을 보기만 하더라도, 우주의 다른 지역은 온화하고 푸른 물을 가진 오늘날의 지구보다 생명에게 얼마나 더 혹독한가를 인정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우주 과학자들은 우주에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100억 개의 100억 배에 이르는 행성들 중에서 70개 정도의 행성을 발견했다. 그러므로 아직까지는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겠지만, 생명이 살 수 있는 행성을 찾으려면 엄청나게 운이 좋아야 할 것인데, 고등 동물이 살 수 있으려면 더욱 운이 좋아야 할 것이다.
[ 발췌 출처 및 참고자료 ] Bill Bryson - A short history of nearly everything
거의 모든 것의 역사 / 이덕환 역 / 까치방
** 홀데인(J.B.S. Haldane)
http://en.wikipedia.org/wiki/J.B.S.Haldane
http://www.stephenjaygould.org/people/john_haldane.html
http://www.cscs.umich.edu/~crshalizi/reviews/causes-of-evolution/
http://www.marxists.org/archive/haldane/
http://en.wikiquote.org/wiki/J._B._S._Haldane
물 속의 백호랑이 (동영상)
http://www.truveo.com/white-tiger/id/2413929448338356756
물 속의 백호랑이 (사진)
http://engforum.pravda.ru/showthread.php?t=22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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