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박성희기자][케르비엘, 로빈 후드에 비견돼] 지난 1월 24일 소시에떼제네랄(SG)은 자사 직원의 금융사기 사건으로 72억달러 규모의 사상 최악의 손실을 입었다고 발표했고 세계 금융시장은 혼란에 휩싸였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현재, 사건의 장본인인 '악덕' 트레이더 제롬 케르비엘(31, 사진)은 어떻게 됐을까.
그는 세계 금융사에 남을 천문학적인 손실을 냈지만 구속되지도 않았고 직장을 잃지도 않았다.
오히려 무명의 트레이더는 '로빈 후드'나 '금융계의 체 게바라'로 불리며 전세계적인 영웅으로 떠올랐다.
일부에선 노벨 경제학상을 받을 만한 천재라는 칭송까지 나올 정도다.
1990년대 세기의 사기꾼으로 유명해진 크리스토프 로캔코트는 "솔직히 아무도 속임수를 쓰는 부자나 은행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록펠러 재단의 프랑스 회원으로 위장하고 미국 부자들의 돈을 사취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인물이다.
일부에선 케르비엘이 미국 경제를 침체에서 건져내는 데 공을 세웠다고 평가하고 있다.
도이치뱅크의 전 수석 이코노미스트였던 에드워드 야드니는 "케르비엘이 고맙다"며 "그가 베팅을 잘못한 덕에 증시가 폭락했고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 인하에 나서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미국 경제사에 케르비엘에 대한 주석을 따로 달 가치가 있다"고 덧붙였다.
심지어 프랑스 공산당은 케르비엘을 19세기 프랑스 군부에 의해 억울하게 간첩으로 몰려 비극적인 최후를 맞은 알프레드 드레퓌스에 비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람들이 부자들의 돈을 훔친 로빈 후드에 열광하는 것과 같은 심리"라며 "케르비엘은 잘못을 감추려는 거대한 은행의 희생양이라는 동정심도 이에 한 몫 한다"고 전했다.
케르비엘을 향한 네티즌들의 열기도 뜨겁다.
최근 개설된 제롬케르비엘닷컴(www.jeromekerviel.com)에선 '케르비엘이 비난받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여론조사 참여자 가운데 65%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커뮤니티 웹사이트인 페이스북에는 그를 옹호하는 글이 하루에 수십건씩 올라온다.
이 뿐 아니다.
미국에선 '제롬 케르비엘은 영웅'(Jerome Kerviel Is a Hero)라는 글귀가 새겨진 티셔츠가 팔리는가 하면, 영국의 도박전문회사 래드브로크스는 케르비엘 이야기가 영화화할 경우 누가 주인공을 맡겠느냐를 두고 베팅이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가짜 록펠러 회원 사기극을 펼친 로캔코트는 희대의 사기꾼에서 유명 인사로 인생역전에 성공했다.
그는 형기를 마치고 3권의 책을 냈으며, 그의 이야기는 영화로 제작됐다.
현재 그는 미스 프랑스 출신 여성과 파리에서 살고 있다.
로캔코트는 "사람들은 부자의 재산을 훔치는 로빈 후드를 좋아하기 때문에 케르비엘이 이번에 얻은 악명을 최대한 이용할 필요가 있다"며 "그러나 케르비엘이 지난 2년간 불법적인 베팅을 하면서도 개인적으로 착복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가 위대한 사기꾼이 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SG는 케르비엘의 급여를 중단했고 출근하지 말라고 통보했지만 케르비엘은 공식적으로 해고된 상태는 아니다.
프랑스 법률상 회사는 직원 해고시 자리를 따로 마련해 사유를 설명해야 하고 해당 직원은 이 자리에 노조 관계자와 변호사 등을 대동할 수 있다.
문제는 법원이 케르비엘이 은행측에 접촉하는 것을 금지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묘한 상황이 된 것.
SG는 케르비엘을 해고하기 위해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하지만 프랑스가 노동자 권익이 존중하는 만큼 그를 해고하는 일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SG는 케르비엘이 이번 사건을 이용해 책을 발간하거나 영화를 제작할 경우 발생하는 수익에 대해 저당권을 행사해 금융손실을 보전할 수도 있다고 WSJ는 전했다.
박성희기자 stargirl@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