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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분명히 어렸을 때 영화 <그리스>를 봤던 기억이 난다. 물론, 너무 어렸기 때문에 어떤 내용인지도 잘 몰랐지만, 검은 가죽자켓을 입은 대니 주코(존 트라볼타)의 쿨한 모습은 어린 내가 보기에도 충분히 멋있었던 것 같다.
존 트라볼타가 맡았던 역할 중에서 가장 내 머리에 강하게 박힌 이미지가 그리스의 대니 주코였다. 그래서 최근에 봤던 영화 <헤어스프레이>에서 존 트라볼타가 에드나 역할을 했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상상하기가 참 많이 힘들었다. 내 기억 속 존 트라볼타는 링크를 연기해야하는데!
(하지만 헤어스프레이 속 존 트라볼타의 에드나는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몇 해 전, 모 씨에프에서 <그리스>에 나왔던 곡 중 란 곡을 사용하면서 젊은 사람들에게 조금 더 친근한 영화로 다가가지 않았나 싶다. 최근에는 모 시상식에서 빅뱅과 원더걸스가 부른 노래 덕분에 어린 층에게도, 그리스란 영화를 모르는 층에게도 어필할 수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란 곡은 여자들과 남자들이 따로 무리를 지어서 노래를 하는 형식으로 부르는 노래인데, 영화에서는 대니 주코와 샌디 올슨이 여름에 해변가에서 만났던 이야기를 자기들만의 느낌으로 친구들에게 이야기해주는 노래이다. 즉, 남들에게 쿨하게 보이고 싶은 대니 주코는 마치 둘 사이에 큰 일이 있었던 것 처럼 과장하기도 하고, 샌디 올슨은 아주 순수하고 풋풋하게 이야기를 하는 셈이다.
사진 속 주인공이 바로 샌디 올슨(올리비아 뉴튼 존)이다. 영화에서 본인이 어울려 노는 무리들과 다르게, 순수한 여학생으로 나온다.
담배를 피우고,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는 것은 일반적으로 '나쁜 짓'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그런 친구들은 '나쁜 친구들'이기 때문에 마치 함께 어울려 놀면 안 될 것 같이 배운 우리 세대와는 조금 다르게, 영화에서는 그런 친구들을 그저 그냥 그런 친구들로 묘사하는 듯 하다. 별 볼일 없는 친구가 아니라, 그냥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친구로 말이다. 샛노란 원피스를 나풀거리는 샌디 올슨도 이 무리들과 별 탈 없이 어울려 노는 모습이 개인적으로는... 인상적이었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 중 하나가 대니 주코와 샌디가 춤을 추는 장면이었다. 요즘 우리 세대가 추는 춤과는 많이 다른데, 너무나 매력적이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도 학생들에게는 유행이라는 것이 있었고, 같이 다니는 무리들이 있었고, 우리가 그러는 것처럼 비밀을 나누고 아픔을 함께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분명 우리 엄마도 내가 태어나기 전에는 친구들과 함께 영화도 보러 다녔을 것이고, 학교 앞 식당에서 떡볶이를 사먹으며 남자친구 이야기를 했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 이 영화는 너무나 사랑스럽다.
이런 이야기들 뿐만 아니라, 졸업을 앞두고 앞으로 뭘 해야할지 고민하면서, 누군가가 나에게 무엇을 하라고 말해주면 좋겠다고 샌디의 친구(이름은 생각이 나지 않는다 ㅠ)가 노래하는 장면이 있는데, 결국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 늘 하는 고민, 과연 졸업을 하고 나면 나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과거에도 존재했었구나! 생각하면 정말 많이 공감이 된다고나 할까.
영화의 맨 마지막 장면이다. 늘 가죽점퍼를 입던 대니가 카디건을 입고 등장한다. 아마 샌디를 통해 변화된 대니의 모습이라고 생각된다. 영화 초반부에서만 하더라도 여름에 해변가에서 둘이서 건전하게 풋풋하게 놀았다는 것을 부정하고, 친구들 앞에서 껄렁하게 굴며 샌디에게 '난 원래 이런 사람이었어'라고 말하듯 샌디가 생각하던 귀여운 대니의 모습과 정반대되는 모습을 연기하곤 했는데. 그리고 곧, 샌디도 모습을 드러낸다. 가죽옷을 입고 담배를 입에 문 채 말이다.
그리고 친구들과 모여서 졸업 뒤에 이렇게 되겠지, 저렇게 되겠지 말을 하지만 그 속에는 암울한 미래는 없다. 참 보기 좋은 광경이지 않는가!
이 영화가 내 마음에 쏙 드는 이유는 젊은이들이 느끼는 몇몇 감정들이 시간을 초월하여 존재하였다는 것 자체가 매력적이기 때문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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