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장미란의 휴식시간은 짧다. 올림릭 금메달을 향해 조금이라도 더 훈련에 매진해야 한다.
사진 한상무 | |
 |
2008년 베이징올림픽이 200일도 남지 않았다. 차분하게 몸을 만들고 있다. 올림픽은 큰 무대지만 떨리지는 않는다. 대회를 앞두고 긴장한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물론 많은 분들께서 관심을 갖고 계시다보니 기대에 보답해야 한다는 부담이 생긴다.
걱정할 시간에 어떻게 하면 훈련을 더 잘할 수 있을지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한 번 부담을 가지면 끝이 없지 않은가. 선수로서 어차피 겪어야 할 과정이다.
오승우 여자대표팀 감독은 역도선수의 전성기를 25살부터 27살까지라고 하던데 올해 25살이다. 굳이 베이징올림픽이 아니더라도 올림픽이라는 대회 자체가 특별하다. 태릉선수촌에 있는 모든 선수들이 다 그럴 것이다.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일인데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다는 것은 운동선수로서 누릴 수 있는 엄청난 영광이다. 베이징올림픽에서 반드시 국민들께 기쁨을 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 이어 두 번째 올림픽 출전이다. 아테네올림픽 때는 국제무대 경험도 많지 않았고 올림픽이 얼마나 큰 대회인지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서 출전했다. 이번에는 다르다. 그동안 많은 국제대회에 나가 경험을 쌓았고 여러 가지 노하우를 터득했다. 4년 전보다 자신이 있다.
아테네올림픽에서는 아쉽게 은메달을 땄다. 당시 탁공홍(중국)의 기술 성공에 대한 편파 판정 논란이 있었는데. 편파 판정이라고 주변에서 많이 아쉬워했는데 솔직히 나는 아무렇지 않았다. 탁공홍이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일단 역기를 들었으니까. 자세에 논란이 있었지만 역기를 들어 올린 점에서만큼은 같은 스포츠인으로서 박수를 쳐 주고 싶다.
2002년 부산아시아경기대회에서도 탁공홍에게 밀려 은메달이었다. 그때는 탁공홍과 기량차가 많이 나서 진 거다. 당시 내 나이가 20살도 안 됐고. 금메달보다는 내 기록을 늘리겠다는 생각으로 출전한 대회였다.
세계선수권대회 기록이 꾸준히 좋아지고 있다. 목표를 크게 잡고 훈련을 큰 문제 없이 치른 덕분이다. 감독, 코치님들이 기록 향상을 위해 애쓰셨다. 개인 종목의 경우 지도자와의 호흡이 무척 중요한데 한 번도 문제가 생긴 적이 없다. 타고난 복인 것 같다. 동료 선수들도 힘들 때마다 내게 큰 힘이 된다.
특별한 훈련 비법이 있다면. 오승우 감독님께서 훈련 프로그램을 효율적으로 해낼 수 있도록 일정 조율을 잘해 주신다. 매일 강도 높은 훈련을 하면 선수생활을 망칠 수도 있다. 월, 수, 금요일은 강도를 높이고 나머지 요일은 기본적인 훈련을 한다. 자세한 훈련 내용은 비밀이다.(웃음)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합계 319kg으로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세계역도연맹 규정상 먼저 기록을 수립한 무솽솽(중국)이 세계기록 보유자로 돼 있는데 아쉽지 않나. 아쉽다고 하지 않으면 거짓말 아니겠는가. 내 이름이 올라갔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낙담하지는 않는다. 이런 일을 계기로 기록에 대한 욕심이 생기니까. 어차피 기록이야 깨지게 돼 있는 것 아니겠나.
많은 이들이 장미란의 라이벌로 무솽솽을 꼽고 있다. 아무래도 세계 최고의 선수니까 그럴 것이다. 기록대도 비슷하고. 그런데 어디 라이벌이 무솽솽 뿐이겠는가. 모든 선수가 경쟁 상대다.
1월 22일 아디다스 발대식에서도 “모든 선수가 라이벌이다”라고 말했는데. 최중량급인 75kg이상급에서는 어떤 선수가 느닷없이 나타날지 모르는 법이다. 기록도 경량급에 비해 갑자기 늘 수 있는 가능성이 크고.
역도에서 이변이 일어날 가능성이 가장 큰 체급이 바로 75kg이상급이다. 무솽솽 이상의 선수가 있다고 생각하고 준비를 하고 있다.
같은 역도선수로서 무솽솽에 대해 평가한다면. 나보다 체중이 많이 나가고 나이에 비해 경기 운영 능력이 뛰어나다. 실전에서 하나도 떨지 않는 게 매우 인상적이다.
무솽솽과 여러 대회에서 맞붙었다. 서로 이야기는 하나. 말이 통하지 않지만 손짓으로 내가 먼저 아는 척을 하는 편이다. 짧은 영어로 말을 거는데 알아듣는지는 모르겠다(웃음). 간혹 대화가 길어지면 그때부터는 한국말과 중국말로 대화한다.
뭐라고 말하나. “잘 지냈어. 아픈 데는 없고”라고 또박또박 말한다. 그러면 무솽솽도 중국말로 뭐라고 막 떠든다. 코치, 선수들이 그 장면이 웃긴다고 하면서 내게 ‘애국자’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다른 나라 선수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친다고(웃음).
이번 올림픽은 여자역도 강국인 중국에서 열린다. 텃세가 심할 것 같은데. 어느 나라에서 대회가 열리든 그런 면을 고려하고 출전했기 때문에 이번 대회라고 해서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판정 논란을 피하기 위해 더 좋은 기록을 세워야겠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큰 무대에서 잘하면 더 인정받을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사실 역도는 기록경기라 핸드볼이나 축구같은 정도의 편파 판정은 없다.
현재 몸 상태는 어떤가. 다 좋은데 생각만큼 몸무게가 늘지 않는다. 많이 노력하는데 신경 쓰면 더 안 되는 것 같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웃으면서 지내고 있다. 맑은 정신으로 잘 먹고 운동 열심히 하면 체중도 늘 거라고 믿는다.
금메달을 따야한다는 심리적 부담을 많이 받을 텐데. 그렇지는 않다. 1등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게 있으니까.
그게 무엇인가.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내가 설정한 목표를 이루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2006년 도하아시아경기대회에서 은메달에 그쳤지만 만족할 수 있었던 것도 내가 원하던 기록이 나왔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에 대한 욕심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연속 우승한 비결도 그런 데 있나. 훈련을 하다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이뤄야 할 목표를 다시금 되새겼다. 조금만 참자고 나 자신을 다스리고. 그러다보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인상과 용상에서 오른발이 뒤로 빠진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제는 많이 좋아졌다. 하도 신경을 썼더니 이제는 무의식적으로 몸이 교정된다.
현재 보완하고 있는 내용이 있다면. 체력을 기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앞으로는 기술적인 면에 많은 시간을 투자할 생각이다.
운동을 할 때 주로 어디가 아픈가. 허리에 통증이 많이 온다. 중량을 점점 높이다보니 자연스럽게 허리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 도하아시아경기대회에서 부진했던 이유도 그 때문이다.
역도선수의 훈련은 정말 힘들다고 하던데. 일반인들은 그 고통을 모른다. 기록을 늘리려면 골고루 잘 먹으면서 강한 훈련을 해야 한다. 불규칙적인 생활은 꿈도 못 꾼다.
몸무게를 늘리는 게 빼는 것보다 더 힘들다. 식욕이 없는 데도 먹어야 할 때는 정말 괴롭다. 물론 무리한 양을 섭취하지는 않는다.
저녁은 되도록 위에 부담이 안 가도록 가볍게 먹고 야식은 거의 과일을 먹는다.
특별히 챙겨 먹는 보약이 있나. 홍삼을 주로 먹는다. 꽤 오래됐다. 무턱대고 아무 보양식이나 먹지는 않는다. 주변에서 한약이 몸에 좋다고 하는데 체질에 맞지 않을 수도 있어 신중하게 따져보고 먹는다.
성격이 매우 세심한 것 같다. 역도라는 운동 자체가 세심한 스포츠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역도를 흔히 힘만 쓰면 되는 운동으로 보는 분들이 많은데 정말 잘못된 생각이다.
자세 하나를 교정하기 위해 수십 장의 사진을 놓고 비교 분석한다. 그래서 한국체육과학연구원에 자주 가는 편이다.
문영진 박사님께서 동작을 분석해 전에 비해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점검하고 조언해 주신다. 심리적인 면은 김병현 박사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많은 도움을 받는다.
어떤 분야에 중점을 두고 훈련을 하나. 집중력을 강화하는 데 많은 시간을 쓴다. 역기를 들 때 동작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는데 잘못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집중력은 필수다.
같은 힘으로 더 많은 중량을 들기 위해 익힌 기술을 경기에서 모두 쓰기는 어렵다. 집중력 훈련은 잃어버린 감각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슬럼프를 자주 겪는 편인가. 그렇지 않다. 다쳐서 훈련을 하지 못할 때 일시적으로 슬럼프에 빠질 뿐이다. 아파서 훈련에 나서지 못하면 그것만큼 고통스러울 때가 없다.
‘내가 이렇게 운동을 하고 싶어 할 때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다들 운동하는데 나 혼자 쉬고 있으면 정말 서럽다.
슬럼프를 극복하는 방법이 있다면. 교회에서 기도하고 찬양하면서 심리적인 안정을 찾는다. 교회에 가면 힘든 일이 다 풀린다. 여유가 생기면 친구들을 만나 뮤지컬이나 영화를 보며 스트레스를 푼다.
변화를 주고 싶을 때 자주 그런다. 운동하는 사람들만 만나다 친구들을 만나면 뭔가 새로운 것을 느끼게 된다.
아테네올림픽에서 기도 세리머니는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한 건 아니다. 내 스스로 기뻐서 저절로 그런 세리머니를 하게 됐다. 사실 좋지 않게 보시는 분이 많아 그런 세리머니를 하기 어렵다. 내가 믿는 종교에 대한 감사의 표시일 뿐 계산된 행동은 아니니까 너그럽게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
아테네올림픽 이후 많은 인기를 얻었는데. 대회를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는데 순식간에 취재진에 둘러싸여 깜짝 놀랐다. 이전까지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아 더 그랬던 것 같다.
처음에는 언론 매체와 인터뷰를 피했다. 똑같은 질문과 대답을 반복하는 게 힘들었다. 그런데 이제는 즐기는 편이다. ‘이왕 하는 거 재밌게 하자’는 생각으로 인터뷰에 나선다.
사인 요청도 즐겁게 받아들인다. 4년 사이에 많이 바뀌었다. 원래 성격은 낯선 사람과는 한마디도 하지 않을 정도로 내성적이었다.
 |
| 장미란은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남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사진 한상무 | |
 |
경기에 나서기 전 이어폰으로 주로 어떤 음악을 듣나. 거의 대부분 찬송가다. 가끔 팝송을 들을 때도 있고. 경기를 앞두고 긴장을 풀어야 하기 때문에 조용한 노래를 듣는다. 경기 때 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음악은 자주 듣는 편이다.
역도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어렸을 때는 운동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아테네올림픽 때 초등학교와 중학교 친구들이 “올림픽에 나온 장미란이 너 맞어?”라고 물을 정도다. 17살 때 부모님의 권유 또는 강요로 처음 역기를 들게 됐다(웃음).
처음에는 운동을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많았다. ‘왜 이렇게 힘든 운동을 해야 하는 거지’라는 생각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한 것 같다.
그런데 기록이 늘면서 칭찬을 받으니까 점점 흥미가 생겼다. 올바른 자세를 배우는 것도 재미있었고.
역도를 시작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 처음에는 역도를 한다는 얘기를 일부러 안했다. 창피했다. 여자가 역도한다고 하는 게 자랑거리는 아닌 것 같았다. 인식도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았고.
무엇보다도 역도가 인기종목이 아닌 게 무척 신경이 쓰였다. 그런데 실력이 점점 늘면서 나에게 맞는 스포츠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때부터 친구들에게도 자신 있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어렵게 역도에 정을 붙여 부모님께서 좋아하셨을 것 같다. 흡족해 하신 만큼 걱정도 많이 하셨다. 또래 친구들이 할 수 있는 것을 못해서 많이 안타까워하셨다. 그래서 더 좋은 성적으로 부모님께 기쁨을 드리려고 훈련에 집중했다.
운동을 하면서 힘들었던 적도 많았을 텐데. 역도가 세상에서 가장 힘든 스포츠라고 생각했다. 태릉선수촌에 입소하기 전까진. 다른 종목 선수들이 훈련하는 걸 보면서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동병상련이라고 할까. 태릉선수촌에 있으면서 심리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은 것 같다.
많은 것을 잃기도 했을 텐데. 남들 하는 거 다 하면서 어떻게 금메달을 딸 수 있겠나. 그건 욕심이다. 만약 그렇게 운동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있지 못했을 것이다.
모든 선수들이 많은 것을 포기하고 태릉선수촌에 들어온다. 나 역시 꿈을 이룰 때까진 다른 생각들을 과감히 버리겠다.
최근 영어공부를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태릉선수촌에서 화요일과 목요일 저녁에 영어수업을 듣는다. 무솽솽과의 대화 때문은 아니다(웃음). 국제대회에 나갔을 때 도움이 될 것 같아 하고 있다.
남자친구는 있나. 지금은 없다. 때가 되면 생기지 않겠나. (잠시 생각하다)이 질문을 요즘 자주 받는다. 보는 사람마다 다 물어본다.
높아진 인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이상형이 있다면. 무조건 키는 나보다 커야 한다(웃음). 그리고 모든 면에서 내가 배울 수 있고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내가 과격해 보이나.
아니다. 그런데 왜 나를 만나는 사람마다 다들 생각보다 착하다고 이야기할까. 정말 속상하다. 평소 이미지가 어떻길래. 힘쓰는 운동을 하다 보니 사람들이 편견을 갖는 것 같다. 정말 억울하다. 외면만 보고 날 어떻게 안다고.
자신에 관한 기사의 댓글을 확인하는 편인가. 거의 보지 않는다. 몇 번 본 적은 있는데 외모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았다. 현재 내 모습에 만족한다. 나를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싶지 않다. 응원하는 사람들의 말을 듣기도 모자랄 판인데(웃음).
그런 글에 신경 쓰면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 나 같은 경우에는 운동 자체를 하지 못할 거다. 일단 체중을 불릴 수조차 없으니까.
은퇴한 뒤 바로 살을 빼겠다고 했는데. 그럼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나(웃음). 솔직히 언론에 불만이 많다. 아무리 외모지상주의 시대라지만 얼짱 스타들에게만 시선이 몰린다. 내 기사에 멀쩡한 사진을 놔두고 이상한 사진만 올리는 언론사도 있다.
서운한 일이 많았겠다. 목표가 뚜렷하고 운동선수로서 충실하기에도 바쁘기 때문에 그렇지는 않다.
베이징올림픽을 끝내고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도자기 빚는 법도 배우고 싶고 사진 찍는 법도 배우고 싶다. 은퇴하면 공부를 할 생각이다. 영어를 배우기 위해 유학도 생각하고 있다.
후배들 모두 존경할 만한 선배라고 치켜세우더라. 아까 몰래 돈 좀 썼다(웃음). 사실 후배들에게 신경을 많이 쓰지 않는다. 대표팀 훈련은 자율적으로 이뤄진다. 누구 하나 이래라 저래라 하는 사람이 없다. 다들 알아서 한다. 서로의 스타일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깔렸다.
지금 당장 후배들에게 해 주고 싶은 것이 있다면. 사진을 찍어 주고 싶다. 내가 찍히는 건 싫은데 남을 찍어주는 건 좋다. 흔히 말하길 남는 건 사진 뿐이라고 하지 않나. 사진 속에 담긴 추억처럼 나도 많은 사람들에게 오래 기억되고 싶다.
SPORTS2.0 제 89, 90호(발행일 2월 11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