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동안 행복했던 연인은, 행복하게 헤어질 수 있을까? 그녀가 나에게 현실적인 이유로 이별을 말했을 때, 나는 그녀가 더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에 보내줄 수 밖에 없었다.
우리는 실험적으로 이별 여행이라는 것을 떠나기로 했다. 그녀가 사준 물건들과 팔 수 있는 물건을 죄다 팔아 돈을 마련했다. 그리고 필리핀 보라카이행 티켓을 예약하고, 에메랄드빛 바다가 보이는 최고급 풀빌라를 트윈 베드로 잡고, 최고급 레스토랑이며, 스킨 스쿠버며, 생태 공원, 그리고 프린세사스 지하강 투어까지..모든 것을 할 수 있도록 계획을 짰다. 물론 그 사이에는 둘 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무계획인 날 하루를 넣어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
여행은 내내 즐거웠다. 처음 보는 사람들, 이국적인 바다, 맛있는 음식들, 즐거운 체험 거리들. 그리고 무더운 밤 바닷바람을 맞으며 모래사장을 거닐거나, 방에서 룸서비스로 과일과 와인을 시켜 마시거나...모든 것이 완벽했다.
"그런데 오빠. 이렇게 돈 많이 써도 괜찮아?"
"아아. 괜찮아."
하지만 가지고 있던 걸 전부 팔았다는 말은 할 수 없었다. 뭐. 의미도 없는 일이고.
그리고 이렇게 두 개의 침대에 각각 누워 있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어차피 헤어질 사이니 미련을 가지지 말자.
"우리..헤어지지 말까?"
"아니. 헤어지자. 다시 보지도 말자."
그렇게 말하고 돌아누웠다. 눈물이 흘러 나왔지만, 들키지 않았길 바랬다. 들켰어도 어쩔 수 없는 일이고.
멈추고 싶어도, 시간은 흐른다.
-내 초능력 중 가장 근사한 건 시간을 멈추는 초능력인데...
별그대의 한 장면을 떠올렸다. 시간을 멈출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가자."
짐을 간단하게 싸고, 체크아웃을 하고, 필리핀 마닐라 공항으로 향했다. 북적이는 인파 속에서 티케팅을 하고, 그녀에게 티켓과 함께 내 짐을 건넸다.
"이것 좀 가지고 있어 줄래? 잃어버리지 마. 내가 가진 거 전부 다 거기에 들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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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것이 그녀가 본 그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CCTV에 따르면, 그는 어떤 남자들과 함께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고 했다. 며칠간 필리핀에서 그를 찾아 헤매던 그녀는, 결국 여비가 부족해 그가 맡겨놓은 짐에 혹시 돈이 있는지 열어보았고, 가방 안에는 외환은행이라고 적힌 두툼한 돈봉투가 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 안을 열어본 그녀는, 흰 종이를 발견했다. 약간 젖었었는지 종이는 울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펼친 순간, 그녀는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은 유서였고, 그는 가진 모든 것을 팔아서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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