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주펀드의 진정한 가치
[머니닥터 김현전의 부자학]
상승장에서 덜 벌어도 하락장에서 선전
믿고 기다리면 보답 시장의 등락이 잦아지거나 하락하는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선전(善戰)하는 가치주펀드 얘기를 많이 듣는다. PBR(주가를 순자산가치로 나눈 것) 1배 미만, ROE(자기자본이익률) 10% 이상 등의 조건을 가지고 가치주를 판정하는 엄격한 분석가도 있다.
하지만 크게 보아 가치주는 해당 기업의 실적이나 자산 가치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주식이라 보면 되겠다. 이러한 내재가치 대비 저평가 주식을 사서 그 가격이 자기 가치에 도달할 때까지 보유하는 전략을 취하는 펀드가 가치주펀드이다.
물론 어떠한 펀드도 가치투자를 표방하지 않는 펀드는 없다. 가령 가치주의 대척점에 서 있는 성장주 역시 미래의 가치에 주목한다는 점에서는 가치투자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특별히 가치주라고 할 때는 미래가 아닌 현재의 자산 가치와 현 시점에서의 수익력에 주목하게 된다.
가치주는 투자방식에 있어서도 다소 상이한 접근방식을 보인다. 보다 일반적이라 할 수 있는 모멘텀 투자방식은 오를 것이라고 판단되면 사고 내릴 것 같으면 파는 투자 행태를 취한다. 결과적으로 모멘텀 방식의 일반형 펀드들은 상승장에서는 더 벌고 하락장에서 더 하락하는 현상을 보이게 된다.
반면에 가치주 투자는 덜 벌더라도 손해를 보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투자방식에 가깝다. 즉 오를 주식보다는 하락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저평가 주식에 주목한다.
더욱이 가치주펀드는 주가가 하락할 때 사고 상승할 때 파는 역발상 투자를 동반하므로 상승장에서는 덜 오르고 하락장에서도 덜 하락하는 현상을 보인다. 요즘같이 하락위험과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 가치주펀드가 나름대로 선전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여기까지는 큰 이론(異論)이 없다. 그러나 시장이 상승장으로 돌아설 때에도 여전히 가치주 접근방식이 유효하냐는 문제와 진정한 가치주펀드가 과연 시장에 얼마만큼 존재하는가 하는 점은 별도의 고민을 요한다.
상승장으로 전환되었을 경우 가치주펀드 역시 그 추세에는 동참하지만 내재가치와 가격의 괴리부분(즉 저평가 부분)을 수익으로 확보하고자 하는 가치주 투자의 특성상 모멘텀투자펀드, 성장주펀드 등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성적을 보인다.
또한 상승장에서는 대형 주도주가 지수를 견인하는데, 이는 중소형주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가치주펀드가 시장을 못 따라가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된다. 누구나 관심을 갖고 바라보는 대중적이고 유명한 종목은 저평가 자체가 성립되기 어렵다.
따라서 가치주들은 대형 유명 종목보다는 무명의 중소형주에서 많이 발견된다. 즉 저평가되기 위해서는 시장에서 소외받고 인기가 없어야 한다.
다음으로 가치주펀드의 진정성 문제다. 진정한 가치주라고 할 수 있는 종목들은 희소성 때문에 편입규모에서 한계를 보이게 된다.
따라서 펀드의 규모가 커질수록 투자 가능한 가치주의 비중은 떨어지고 이에 따라 절대적 개념에서 상대적인 가치주 개념으로 운용방식의 변화가 불가피해진다. 이는 곧 일반형 펀드로의 수렴을 의미한다. 따라서 가치주펀드에서 투자한도 관리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끝으로 적정 규모로 관리되는 가치주펀드를 잘 골랐다면 이제 요구되는 것은 정말 긴 호흡이다. 주가가 기업의 내재가치에 수렴하기까지는 통상 장시간이 소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치주펀드는 적정한 보답이라는 측면에서는 가장 확실한 예측 가능성을 보여주는 펀드임에 틀림없다.
김현전 한국투신운용 상무 | hyonjkim@truefriend.com
1985년 삼성경제연구소 애널리스트로 입사. 동양증권 국제영업부장·국제금융부장, 유리자산운용 이사 등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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