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저축의 위상은 금리만큼 추락했다. 지난해 3월 예금금리 1%대에 진입하면서 과거처럼 은행에 돈을 맡겨 재산을 불리는 공식이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자료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목돈은 은행에 넣어놓고 따박따박 이자 받는 게 최고지."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은행원인 성동일이 권장한 재테크 전략이다. "요즘 은행 금리가 내려가서 15%밖에 안된다"는 당시 금융상황에 대한 설명도 곁들여 졌다.
예·적금 연 이자율 15%가 저금리라고 여겨지던 시대의 단상이다. '1%대 이자율'에 살고 있는 2016년엔 상상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당시엔 은행 예·적금이 돈을 불리기 위한 대표적인 수단이었다. '통장이 몇 개냐'가 부의 척도가 되던 시절이다.
외환위기 전까지 은행에 돈을 맡기면 연 10~15% 이자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순저축률이 1988년엔 24.3%까지 치솟았고, 1990년대에는 15% 안팎을 유지했다.
수신금리가 한자리 수로 떨어진 건 1990년대 중반부터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금융기관들이 고금리 경쟁을 벌여 잠시 20%대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이후 2004년에는 3% 안팎으로 내려앉았다.
현재 저축의 위상은 금리만큼 추락했다. 지난해 3월 예금금리 1%대에 진입하면서 과거처럼 은행에 돈을 맡겨 재산을 불리는 공식이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
정부가 국민들의 저축을 장려하기 위해 1964년부터 시작된 '저축의 날'이 올해부터 '금융의 날'로 명패를 바꿔 단 것은 금융환경 변화의 한 단면이다.
이자소득 세금 지난해 12.9% 줄어…올해 감소폭 더 커질듯
실제 이자소득으로부터 거둬들인 세금 규모도 큰 폭으로 줄었다. 19일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이자소득세 징수 실적은 2조5189억원으로 전년보다 12.9% 감소했다. 이는 2012년(3조5141억원)에 비해 무려 28.3% 줄어든 결과다.
이자소득세 세수는 2013년 3조2678억원에서 2014년 2조8913억원으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자소득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면서 꾸준히 하락했다. 한국은행은 2012년 10월 3.0% 수준이던 기준금리를 잇따라 인하하면서 올해 6월에는 역대 최저인 1.25%까지 끌어내렸다.
정부는 이자소득이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도 계속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올해 추가경정예산안에 따르면 올해 이자소득세는 2조832억원으로 지난해 보다 약 17.3%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정기예금 1%시대…'은행은 금고다'
현재 시중은행에 1억원을 1년 만기 예금에 넣어도 이자소득세를 떼고 나면 받을 수 있는 이자는 연간 100만원에 불과하다. 시중은행의 대표적인 정기예금 1년물 금리는 1.5% 수준이다. 은행에 1억원을 넣어놔도 한 달 이자수익으로 20만원도 받지 못하게 된 셈이다.
여기에 시중은행들은 예·적금 금리를 슬금슬금 내리고 있다. 시중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0%대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제 예·적금은 목돈을 묶어두는 것 이상의 의미는 사라져 '은행은 금고다'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그래도 저축이지'…저축은행에 뭉칫돈 몰린다
그렇다고 저축으로 돈을 불리는 것을 덕목으로 여기던 '관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투자로 눈을 돌리라고 조언하지만 은행 금고에 쌓인 돈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각종 재테크가 활개를 쳐도 연 3% 이상 수익을 올리기 어려운데다 저축이 가진 안정성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아 돈이 은행에 쌓이고 있다"며 "저축이 가진 상징성과 '그래도 저축이지'라는 인식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이자를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한 뭉칫돈들이 저축은행으로 몰리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저축은행이 예·적금 등으로 수신한 돈은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40조616억원으로 1년 전보다 18.5% 늘었다.
저축은행의 1년짜리 정기예금 6월 가중평균금리는 연 2.10%로 전월보다 0.04%포인트 상승했다. 신용협동조합의 1년짜리 정기예탁금 금리도 연 2.05%로 아직까지 2%선을 유지하고 있다.
데일리안 이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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