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한애란]
‘The Original German’. 폴크스바겐이 최근 케이블TV에 내보내는 브랜드 이미지 광고의 문구다. 대표차종인 골프·투아렉·페이톤의 개발 스토리를 보여주며 정통 독일 브랜드임을 강조한다.
하지만 폴크스바겐이 독일 브랜드라고 해서 차들도 모두 ‘독일산’은 아니다. 폴크스바겐은 전 세계에 24개 공장을 운영 중이다.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차종 중 뉴비틀과 제타는 멕시코, 이오스는 포르투갈, 투아렉은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생산된다.
자동차 업체들이 글로벌 생산기지를 구축함에 따라 다양한 국가에서 생산된 차들이 수입되고 있다. 독일차지만 미국산인, 미국차지만 유럽산인 수입차도 있다. 특히 한·미,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맞물리면서 자동차의 원산지가 가격 결정에 중요변수가 될 전망이다.
◇수입차 원산지 따져보니=흔히 수입차는 브랜드에 따라 미국차·유럽차·일본차로 구분한다. 하지만 원산지를 따져보면 이런 국적 구분은 모호해진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유독 미국에서 생산된 게 많다. 덩치 큰 SUV 수요가 많은 미국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BMW는 X5를, 벤츠는 M클래스를 각각 미국 공장에서만 생산해 들여오고 있다. 반면 디젤차량은 본고장 유럽에서 대부분 생산된다. 포드가 곧 한국에 출시할 뉴몬데오와 S-맥스는 벨기에 공장에서 만든다. 크라이슬러의 인기 차종인 300C는 디젤과 가솔린 모델 모두 오스트리아 공장에서 만들어진다. 멕시코에서 생산된 엔트리급 차들도 우리나라에 수입되고 있다. 크라이슬러의 PT크루저와 포드의 링컨MKZ, 폴크스바겐 뉴비틀이 예다. 아우디 TT(헝가리)와 Q7(슬로바키아), 폴크스바겐 투아렉과 같은 동유럽산 수입차도 있다.
하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이를 잘 모른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윤대성 전무는 “가전제품을 살 때는 원산지를 꼼꼼히 따지면서도 자동차는 모르고 사는 소비자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생산국가에 따라 차의 품질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강철구 이사는 “원가절감을 위해 부품을 현지에서 조달하는 경우 부품의 소재나 내구성이 본국과는 다를 수 있고 조립라인 인력의 숙련도 역시 국가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원산지 표시를 확인하고 이를 감안해 구입해야 한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자동차는 원산지를 운전석 문 옆에 음각으로 새기거나 뒷문 유리창에 스티커를 붙여 표시하고 있다.
◇원산지와 FTA의 관계=원산지는 수입차 가격과도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한·미 FTA 체결로 미국산 차의 관세 8%가 폐지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팔린 수입차 중 미국 브랜드는 11.7%에 불과했지만 미국에서 생산된 독일차나 일본차도 관세 감면의 대상이 된다. 이 때문에 각 업체는 원산지와 수입차 가격의 상관관계 계산에 분주하다.
가장 발 빠르게 대응하는 브랜드는 일본 닛산이다. 닛산은 올 10월 한국 진출과 함께 미국 스미나 공장에서 생산된 중형세단 알티마를 판매할 예정이다. 주력차종이 될 알티마는 관세까지 폐지될 경우 국산 못지않은 가격경쟁력을 갖추리란 예상이다. 내년 하반기 한국에 진출하는 도요타는 아직까진 미국 생산모델의 도입에 신중한 입장이다. 미국산은 일본산에 비해 운반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한애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