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투자 이야기  
“지금 당장 자동차 팔아 주식에 투자하라”
작성자 : 에디영 (ediyoung) / 2018.08.23 오전 9:33:40 / 조회 : 2586
첨부파일 :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우리나라의 초대 주식거래소는 1932년 일제강점기 때 세워진 ‘조선취인소’다. 해방 후인 1949년 첫 증권사 ‘대한증권’(현 교보증권)이 문을 열었고,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1970년대부터 상장기업 수가 늘고 주식 거래가 활성화됐다. 그동안 주식투자자는 수많은 돌발 이벤트로 우여곡절을 겪었다.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된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각종 ‘파동’을 겪으며 전 재산을 날린 이도 수없이 많다. 이런 일들이 50년 가까이 반복되면서 국내에서 주식투자는 ‘도박’과 비슷하게 취급받는 게 사실이다.  

지난 35년간 미국 월가에서 근무하는 등 세계적인 펀드매니저로 활약한 존 리(60)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한국인의 주식에 대한 잘못된 인식부터 바꿔야만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주식투자는 빈부 격차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자 행복한 노후를 열어주는 열쇠”라는 것. 그가 이토록 확신을 갖고 얘기할 수 있는 이유는 이미 오래전 장기투자의 마술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존 리 대표는 1980년대 초 연세대 경제학과를 그만두고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대 회계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KPMG 전신인 ‘피트마윅’에서 회계사로 일하다 미국 투자회사 ‘스커더 스티븐스 앤드 클라크’로 옮겨 펀드매니저로 활약했다. 그곳에서 1991년부터 15년간 ‘코리아펀드’를 운용하며 월가의 스타 펀드매니저로 이름을 알렸다. 84년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코리아펀드는 상장 당시 600억 원이던 자산이 2005년 1조5000억 원으로 불어났다. 

이 대표는 2005년 ‘라자드 에셋 매니지먼트’로 자리를 옮겨 ‘장하성 펀드’로 알려진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를 운용하면서 국내 증시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2014년부터는 한국으로 돌아와 메리츠자산운용 최고경영자(CEO) 겸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맡고 있다. 

그가 미국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온 이유는 두 가지다. 해외에서 활동하면서 키운 투자 신념과 교육철학을 한국인에게 전파함과 동시에 현명하고 건강한 주식투자 문화를 정착시키고 싶어서다. 존 리 대표에게 선진국형 주식투자는 과연 어떤 것인지 물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자산가’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국내 자본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인가. 

“일단 사람들이 주식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에 돌아와 가장 놀랐던 게 우리 회사 직원들조차 주식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자기가 만든 펀드를 자기도 들지 않으면서 고객에게 사라고 하는 게 과연 말이 되나. 금융기관들은 어떻게 하면 고객에게 수수료를 더 붙여서 팔까 고민만 하는 것 같았다. TV에서도 ‘주식을 하는 건 나쁘다’는 식의 표현이 스스럼없이 나온다. 이는 주식투자에 성공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금융에 대한 아무런 지식 없이 주식을 도박처럼 해왔으니 성공할 리 없다. 물론 선진국 국민이라고 모두 금융 지식이 풍부한 건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 정부조차 금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거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주식투자 실패가 비단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인가.  

“부를 쌓고 안정적인 노후를 준비하는 것은 개인만의 책임이 아니다. 국가가 앞장서 국민을 부자로 만들어줘야 한다. 미국의 경우 직장인 급여의 10%를 강제로 떼어 노후를 준비하게 한다. 1980년대부터 시행한 401(k) 기업연금제도가 그것인데, 1990년대 말 다우지수 1만 포인트 시대가 열릴 수 있었던 것도 다 401(k) 기업연금 덕분이었다. 방법은 간단하다. 월급의 10%까지 연금계좌에 적립하면 59.5세 정년이 될 때까지 세금을 유예해준다. 자본주의의 약점이 될 수 있는 빈부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의 일환인 셈이다. 또 많은 회사가 이 제도의 참여율을 높이고자 직원이 적립한 금액의 50%에서 100%까지 더해 적립해준다. 나 역시 30년 전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기업연금을 통해 많은 혜택을 봤다. 매달 월급의 10%를 주식형펀드에 투자했고 30년이 지난 지금도 갖고 있다. 가끔 들여다보면 당시에는 얼마 되지 않던 돈이 크게 불어나 있는 걸 알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장기투자의 힘이다.” 

주식투자의 필요성은 알지만, 투자할 돈이 많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야 한다. 많은 사람이 여전히 복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 한 초등학교에 가서 복리 얘기를 했다. 아이들에게 ‘지금 당장 10억 원을 받을래, 아니면 100원부터 시작해 날마다 복리로 한 달간 받을래’라고 물었더니 어느 아이가 고민 없이 ‘복리로 한 달간 받을래요’ 했다. 그 이유가 뭐냐고 물었더니 ‘지금 10억 원을 받으면 엄마가 뺏어가기 때문’이라더라.(웃음) 그 아이의 위트 있는 답변에는 중요한 사실이 숨어 있다. 실제로 엄마들 중에는 복리의 마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조금 심하게 얘기하면 오히려 ‘가난해지고 싶어 안달 난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가장 안타까운 현실은 해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사교육비로 20조 원을 허공에 날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 돈으로 아이에게 펀드를 들어준다고 생각해봐라. 20년 뒤 아이의 삶은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행복해질 것이다. 우리나라의 사교육 현실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어쩌다 모두가 이런 ‘전염병’에 걸렸는지 모르겠다. 공부를 잘하는 건 반대로 부자가 될 확률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과 같다. 내가 아는 부자 중에는 공부를 잘한 사람이 거의 없다. 모두가 똑같이 대학을 나와 똑같이 월급쟁이가 되려고 하면 이 나라가 어떻게 발전하겠나. 많은 아이를 샐러리맨이 아닌 ‘자산가’로 키워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자산가다. 그걸 인정하지 않는 한국의 현실이 안타깝다. 하루빨리 모두가 ‘금융문맹’에서 탈출해야 한다.”  

그간 금융문맹 탈출을 위한 강의를 수차례 해왔는데, 어떤 성과가 있었나. 

“내 강의를 듣고 생각이 바뀌었다며 사람들이 연락해올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 얼마 전 한 40대 주부는 내 조언대로 아이의 과외 수업을 끊은 뒤 다시금 가정에 평화가 찾아왔다며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그동안 사교육비로 남편과 심하게 다투는 날이 많고 아이와 관계도 나빴는데, 과외를 끊고 나니 모두 행복해졌다는 거였다. 아이 역시 나중에 펀드매니저가 되겠다는 꿈을 키우며 혼자 알아서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아이에게는 동기 부여가 중요하다. 자신이 이루고 싶은 꿈이 있으면 고액 과외 따위는 필요하지 않다. 

더욱이 주식은 교육적인 효과도 매우 크다. 주식을 통해 세계 각국 사람의 철학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중국에 대해 알려면 책으로 배우는 것보다 그 나라 주식을 사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다. 주식 가격에는 정치와 경제, 문화가 두루 반영되기 때문에 아이가 투자할 기업을 찾으려 조사하다 보면 저절로 다방면의 공부를 하게 돼 있다. 이렇게 어려서부터 투자에 눈을 뜬 아이는 나중에 성인이 됐을 때 이미 큰돈을 손에 쥐고 있을 것이다. 그 돈으로 창업하면 개인의 꿈을 이루는 것은 물론이고 국가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


“남들에게 부자처럼 보이려다 가난해진다”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월급쟁이로는 정말로 부자가 될 수 없나.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이건 진리다. 부자가 되고 싶다면 월급쟁이가 아니라 자본가가 될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자본가가 되는 길은 자기의 일을 하는 것이다. 자본은 ‘확장성’이 있기 때문에 알아서 부를 증식해준다. 월급쟁이로는 평생 돈을 모을 수 없다. 오히려 종국에는 대부분 가난한 축에 속하게 될 것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돈 쓸 곳은 많아지고 월급이 오르는 속도보다 물가가 오르는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 이건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어디나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월급쟁이일수록 주식투자를 해야 한다.” 

문제는 주식으로 돈 벌었다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장기투자밖에 답이 없다. 주식은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모으는 것’이다. 주식투자를 단기적 관점에서 보는 사람은 주식 가격이 조금만 내려도 패닉에 빠져 팔아버린다. 심지어 가격이 더 내릴까 봐 산 가격보다 더 싼값에 ‘손절매’하기도 한다. 하지만 투자를 길게 보는 사람은 오히려 이때를 기회로 여기고 경쟁력 있는 기업의 주식을 더 사 모은다. 어차피 20~30년 뒤 팔 건데, 지금 주가가 조금 떨어진들 걱정할 필요가 뭐가 있나. 물론 주식을 팔아야 할 때도 분명 있다.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주식이 폭등할 때라든지, 산업의 변화로 세상이 달라졌을 때, 그리고 꼭 사야 하는 주식이 있는데 여유자금이 없을 때는 적절하게 주식을 팔아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 만약 자동차가 있다면 지금 당장 팔고 그 돈으로 투자하라. 우리나라처럼 대중교통이 잘 돼 있는 나라에서 자동차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 차는 20년 뒤 가치가 제로(0)가 되지만 주식은 20년 뒤 얼마가 돼 있을지 모른다. 우리 회사 직원들도 보너스를 펀드로 받고 있다. 3년 동안은 절대로 팔지 못하는 펀드다. 남들에게 부자처럼 보이려다 역으로 가난해져서는 안 되지 않겠나.”  

주가가 내렸을 때 끝까지 버티기가 쉬운 일이 아닌데….  

“미국에서 코리아펀드를 운용할 때 일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투자자들이 모여 회의를 했는데, 당시 나는 한국 포항제철(현 포스코)에 대해 얘기했다. 포항제철이 반덤핑 혐의로 조사받고 있어 회사가 어려울 거 같다고 했더니, 한 여자 상사가 너무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그걸 문제라고 말하는 네가 너무 실망스럽다’고 하더라. 철강 산업의 펀더멘털을 보지 못하고 잠깐의 시황만으로 투자하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거였다. 남들이 주식을 다 팔아 가격이 떨어질 때가 오히려 기회라는 얘기였다. 얼마나 부끄럽던지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었다. SK텔레콤도 비슷한 경우다. 당시 한국 정부가 통신망 사업에서 LG텔레콤(현 LG유플러스), 한솔PCS 등에 라이선스를 내주자 SK텔레콤 주식이 폭락한 적이 있다. 그때도 내가 회의에서 비슷한 얘기를 했더니 ‘지금 신생업체들은 광고비로 돈을 많이 쓰고 있는 반면, SK텔레콤은 마케팅 비용을 쓰지 않고도 우수한 품질로 고객을 끌어들일 텐데 지금처럼 좋은 매수 타이밍이 어디 있느냐’고 하더라. 이처럼 보는 관점에 따라 성공하는 투자와 실패하는 투자로 나뉘게 돼 있다. 그때와 비교하면 SK텔레콤 주가는 250배, 삼성전자는 300배 올라 있다. 워런 버핏의 명언인 ‘10년 갖고 있지 않을 주식은 10분도 가지고 있지 말라’를 명심하길 바란다.”  

투자의 궁극적 목적은 안정된 노후에 있다. 나이 들어 더는 경제활동이 불가능해졌을 때 마음 편하게 일상을 영위하고 여가를 즐기기 위함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노년층의 삶은 대부분 안정적이지 못하다. 빈곤율 1위, 경제활동인구 1위,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모두 떠안고 있다. 존 리 대표는 “빈곤하기 때문에 경제활동에 나서야 하고 그럼에도 생계를 해결하지 못해 자살에 이르는 경우가 생기고 만다”고 말한다. 이어 그는 “부모는 자신의 노후 준비는 물론, 자녀가 어릴 때부터 그들의 노후에 대비해 관련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댓글 2개
Athena
sfyuna
맞는얘기죵. 근데 이분은 참 옳은이야기하면서 돈도벌고 좋으세요.

좋은직업입니다 ㅎㅎ
[18/08/23 오전 9:36:39] 
흐른는 물처럼
prideyun
저도 이분의 책을 읽은 거 같아요.
아마도 "엄마 주식사주세요" 같은데요?

당장 아이 영어학원을 알아봐야 하는데
이런 글을 읽으면 고민하다가도 막상 아이가 시험점수 받아오면
또다시 갈등을 합니다.

사교육....

끊는다는건 정말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ㅜ
[18/08/23 오후 3:3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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