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졸업생 황형구 씨의 `작지만 큰` 선행
"합격 기쁨 느낀걸로 만족" 페북 `대나무숲` 글에 결심 학생과 연락후 돈 빌려줘 SNS 큰 반향…후원 잇달아
"제 작은 선행이 바이러스처럼 퍼지는 게 신기했습니다. 주변에 따뜻한 사람이 많이 있어 세상은 아직 살 만한 곳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등록금이 없어 입학을 포기하려는 연세대 신입생에게 '키다리 아저씨'가 되어준 졸업생 황형구 씨(31·사진)는 8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던 도중 몇 번이나 멋쩍게 웃었다.
황씨는 지난달 30일 저녁 우연히 페이스북 '연세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지에 올라온 글을 보게 됐다. 열심히 공부한 끝에 연세대의 원하는 학과에 합격했지만 등록금을 낼 형편이 되지 않아 입학을 하지 못할 것 같다는 A씨의 안타까운 사연이 담긴 글이었다. A씨가 "연세대 합격이라는 기쁨을 느껴본 걸로 만족하겠다"고 글을 맺자 황씨는 바로 "무이자로 빌려주겠다"는 댓글을 달았다. 학생과 연락이 닿은 황씨는 다음 날인 31일 아침 한 학기 등록금에 해당하는 300만원이 넘는 돈을 계좌로 송금했고 A씨는 이 돈으로 이날 오후 등록금을 납부할 수 있었다. 해당 게시글은 6200명 이상의 이용자에게 '좋아요'를 받는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황씨는 연세대 국제대학원을 졸업하고 작년 무역회사에 입사한 사회 초년생으로 그에게도 한 학기 등록금이 결코 작은 돈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황씨가 등록금을 선뜻 빌려준 것은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아버지께선 가정형편 때문에 중학교도 진학하지 못할 위기에 처했지만 주변 사람들 도움을 받아 학업을 이어나간 결과 현재 박사 학위까지 가지고 있다"며 "항상 자신이 어렵게 공부해왔다고 말씀해 오신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나서 남의 일 같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학생의 글에서 전체적으로 진실성이 느껴졌고 간절함을 엿볼 수 있어 도와줬다"고 설명했다.
황씨의 선행은 '선의의 선순환'으로 이어졌다. 황씨가 A씨가 올린 글에 댓글을 달아 "등록금은 제가 빌려주는 것으로 하고 원하는 사람에 한해 갚지 않아도 될 정도의 소액을 지원하는 것이 좋겠다"고 쓰자 후원을 하고 싶다는 댓글이 잇따라 달린 것이다. 그는 후원자와 학생을 직접 연결해주는 중간 다리 역할을 맡았고 후원자들이 직접 A학생의 계좌로 후원금을 보낼 수 있도록 했다.
황씨는 "사업가, 군인, 경찰, 대학생, 고등학생, 주부 등 여러 사람의 온정이 학생에게 전달됐다"며 "저보다는 다른 분들이 도움을 많이 주셨고 저는 등록금을 빌려주는 일밖에 한 것이 없어 이번 일에 대한 칭찬은 과분하다"고 자신을 낮췄다.
황씨는 인터뷰 내내 온라인 공간에서 갑자기 유명해진 기쁨보다는 해당 학생에게 피해가 가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해당 학생의 신원에 대해서도 함구했다.
그는 "이번 일을 통해 나도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었다"며 "어쩌다보니 내가 주목을 받게 됐지만 주변에는 남들이 잘 보지 못하는 곳에서 다른 사람에게 선행을 베푸는 분들이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A씨는 등록금을 납부한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에 감사의 글을 올렸다. A씨는 "'설마 일면식도 없는, 신용도 없는 고작 스무 살짜리 애한테 그런 큰돈을 빌려주시겠어?'라는 생각에 쉽게 연락을 드릴 수 없었으나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한 분께 연락을 드렸다"며 "사실 아직도 믿기지 않는데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고 하는 걸 경험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받아도 되나 싶어 죄송하고 정말 감사하다"며 "적은 돈이라 도와줬다고 하기 민망하시다던 선배님! 저한텐 정말 크고, 의미 있는 돈이다. 밥 몇 번을 사먹고, 책 몇 권을 읽을 수 있는 돈"이라고 심정을 표현했다. A씨는 "이 경험을 통해 나중에 돈을 많이 벌든 적게 벌든 저 같은 학생들을 위해 많은 후원 활동을 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지켜봐주세요!"라는 문장으로 감사를 전했다.
[박대의 기자 /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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