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뒤 에르제페트는 젊은이의 피가 젊음을 되찾아줄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 수백 명의 피를 모아 마시거나 목욕을 즐겼다고 전해진다. 그녀의 잔인한 기행은 드라큘라 이야기의 영감이 되기도 했다.
전설 속 에르제페트처럼, 우리 은하도 다른 왜소한 은하들의 젊음을 빨아먹으며 영원한 젊음을 갈망한다.
우주에서 영원한 것은 없다. 심지어 하늘에서 아름답게 빛나는 거대한 별과 은하 역시 영원하지 않다. 은하가 계속 별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재료가 되는 신선한 가스 물질이 필요하다. 하지만 은하가 가진 신선한 가스 물질의 양은 제한되어 있다. 은하가 갓 만들어진 초기에는 왕성하게 가스 물질을 반죽해 새로운 어린 별들을 많이 만들어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가스 물질의 양이 줄어들고 결국 더 이상 별이 탄생하지 않게 된다.
이렇게 새로운 별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떨어지는 노화 과정을 ‘은하의 질식(Galactic Strangulation)’ 또는 ‘은하의 굶주림(Galactic Starvation)’이라고 부른다. 이 현상은 주변에 다른 은하 없이 은하 밀도가 낮은 지역에 외롭게 고립되어 있는 은하(Isolated Galaxy)에서 주로 일어난다. 평균적으로 외로운 은하들의 노화 현상은 약 40억 년에 걸쳐 진행된다.[1]
우리나라는 점점 출산율이 감소하면서 사회 구성원의 평균연령이 늘고 있다. 이처럼 다른 은하들과 상호작용하지 않는 고립된 은하들도 새로운 별이 태어나는 비율인 별 형성률(SFR, Star Formation Rate)이 점점 감소한다. 결국엔 밝고 푸른 젊은 별들은 사라지고 나이 많은 붉고 미지근한 별들만 남게 된다.
하지만 은하들도 다시 ‘회춘’할 수 있는 묘수가 있다. 다른 은하들과 격한 ‘스킨십’을 나누며 은하 간 상호작용(Galactic Interaction)을 하는 것이다.
가까이 있는 은하들은 서로의 중력에 이끌려 서서히 더 가까워진다. 거리가 아주 가까워지면 두 은하는 하나의 거대한 은하로 반죽되면서 진한 스킨십을 나누게 된다. 스킨십의 양상은 각 은하가 신선한 가스를 얼마나 머금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충돌을 겪는 은하들이 이미 신선한 가스를 대부분 소모해서 가스 물질 함량이 적은 경우에는 스킨십이 격하게 진행되어도 다시 새롭게 별을 만들 재료가 충분하지 않다. 이러한 상황을 ‘건조한 충돌(Dry Merger)’이라고 한다. 이런 무미건조한 스킨십이 벌어진다면 두 은하가 얼마나 강렬한 스킨십을 나누고 있는지 겉으로 티가 잘 나지 않는다.
반면 신선한 가스 물질을 비교적 많이 가진 은하들이 부딪히는 경우에는 많은 양의 가스 물질이 새롭게 반죽되고 충돌하기 때문에 더욱 활발하게 새로운 별들이 태어난다. 이를 ‘축축한 충돌(Wet Merger)’이라고 한다.
은하들이 격한 스킨십을 나누면서 충돌하게 되면, 비슷한 양의 가스 물질을 머금은 다른 은하들에 비해 훨씬 활발하게 별들이 태어나기 시작한다. 주어진 가스와 먼지의 양보다 훨씬 더 높은 별 형성률을 보인다. 이렇게 아주 왕성하게 별들이 태어나는 은하들을 ‘폭발적 별 생성 은하(SBG, Starburst Galaxy)’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