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삼성전자는 시가총액 1위로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이 아니었다. 따라서 50대 1로 액면분할을 한다고 해서 유동성 증대에 따른 주가 상승 효과를 기대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다만 당시 1주에 250만원 수준이던 삼성전자가 50:1 액면분할 후 5만원 내외로 낮아져 다수의 소액 개미가 삼성전자 주식을 살 수 있게 되면서 투자자 저변이 크게 확대되는 효과는 있었다.
삼성전자 액면분할 이벤트는 마치 블랙홀처럼 개미들의 돈을 빨아들였다. 지난해 1월 31일 삼성전자가 액면분할을 발표한 날부터 액면분할 거래정지 직전일인 4월 27일까지 삼성전자 주식 매수에 투자된 개미의 자금 규모는 무려 3조5373억원에 달했다. 60일 동안 개미들은 하루 평균 590억원씩 삼성전자에 쏟아 부었다. 군중심리가 작용하면서 개미들이 더 몰렸다.
여기엔 수천억원 자산가도 동참했다. 지난해 거래정지 개시 3일을 앞둔 시점에서 서울 강남에 사는 어느 ‘슈퍼개미’가 삼성전자 주식을 2000억원 가량 대량 매집했다는 소식이 장중에 퍼졌다. 증권가에는 슈퍼개미가 액면분할 효과를 기대하고 거액을 베팅한 거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았고, 언론은 2000억원 슈퍼개미의 실체를 밝히느라 분주했다.
그런데 개미들의 기대와는 달리 삼성전자는 액면분할 이후 주가가 한 번도 오르지 못하고 계속 액면분할 직전 종가인 5만3000원 아래에서 맴돌았다. 액면분할 1주년이 되는 날 삼성전자 주가(4월 26일 종가 4만4850원)는 1년 전보다 15.4%나 낮다. 슈퍼개미가 2000억원 베팅한 날 종가보단 11% 낮고, 액면분할을 발표한 날 종가와 비교하면 10.1% 낮은 수준이다.
결과가 이렇다 보니 개미들은 액면분할이라는 대형 이벤트에 '호갱'이 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액면분할에 따른 주가 상승 효과를 기대하고 크게 베팅한 개미에겐 이익은 커녕 손실만 덩그러니 남겨져 있다.
물론 액면분할 만으로 주가를 끌어올릴 순 없다. 주가에 더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영업실적이다. 지난해 내내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이클 하락세 진입으로 약세를 면치 못했지만, 올 초 반도체 경기 바닥론이 나오면서 큰 폭의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4월 들어 삼성전자의 첫 폴더블폰 ‘갤럭시폴드’ 결함 논란이 불거지고 결국 출시 연기라는 대형 악재가 터지면서 주가는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관련기사: 삼성전자, 18년 만에 갈아치운 증시 신기록)
액면분할 이후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주가가 15% 가량 하락한 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사실은 모든 투자자에게 뼈아픈 일이다. 삼성전자 주가가 액면분할 이후 단 한 번도 그 이전 수준으로 오르지 못하면서 일반 개미는 물론 강남 슈퍼개미도 지난 1년을 눈물콧물로 보냈을 것이다.(☞관련기사: 삼성전자 2000억 베팅한 슈퍼개미는 지금 후회할까)
강상규 미래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