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행복을 찾아서'...
불우한 유년시절을 보낸 고졸출신의 흑인남성이 자신의 어린아들과 함께
길거리를 전전하던 노숙생활을 극복하고, 수억달러규모의 월스트리트
성공신화를 이뤄낸 스토리를 그린 영화. 잘 알려진대로
크리스 가드너라는 실존인물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글쎄, 이태리출신인 감독은 이 영화를 어떤 시각으로 봐주길 원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메리칸드림의 성공신화보다 난 이영화가 가족간의 사랑을 담은
한편의 잔잔한 러브스토리로 다가왔다.
글쎄..내가 아빠가 된후라서 그럴까..
오랫만에 모든 감정이 영화에 흡수된듯 빠져들면서 본 영화였다.
영화를 보는 내내 아버지 크리스는 젊으실 적 나의 아버지였고,
또한 이제 어린 아들을 둔 아버지로서의 내가 됐다.
마찬가지로 영화속 아들 크리스토퍼는 곧 어린시절 나의 모습이기도
또한 우리 규선이로 투영되기도 했다.
영화내내 주인공 크리스가 난 너무도 안쓰러웠다.
남루한 옷차림..무엇하나 가진것도 없고 또 운도 지독히 안따라주는 사나이..
하지만 그럼에도 삶에 대한, 아니 아들에 대한 치열하면서도 끝없는 애정..
아버지가 내내 떠올랐다...
우리 세대의 아버지들이 대개 그러시겠지만,
우리 아버지 역시 힘들었던 청년기를 보내셨다.
중학교때 친어머니를 여의시고,
들어오신 계모로부터 많은 핍박을 받으며 자라셨다.
학용품 살돈도 안주셔서 토끼를 길러 학용품을 마련하셨다.
전교에서 1,2등을 놓치지않아 대학 꼭 보내야한다며
교장선생님이 직접 찾아오셨지만,
나의 할아버지 할머니는 아버지를 진학시키지 않으셨다.
가끔 한잔 얼큰하게 취하시면,
옛날 얘기를 하시곤 한다. 그때 더 배우지못한게
아직까지도 마음속에 한으로 남아있으시다고..
지금도 어린시절 건넌방 뒤의 기계돌아가는 소리가 기억난다.
아버지는 그때 하루에 2시간씩 주무시면서 일을 하셨다.
밤12시에 잠자리에 드셔서 정확히 새벽2시에 일어나셨다.
그리고 새벽에 물건들을 자전거에 싣고,
가락동에서 청량리 경동시장까지 납품하러 가신다.
내가 휘경동에 있는 외대를 나왔는데,
가락동에서 외대까지 버스로도 거의 1시간 가량 걸린다..
당시에 눈깔사탕이라는게 있었다. 10원내면 커다란거 10개를 주었다.
아버지는 아침에 그 눈깔사탕 10원어치를 사가지고 가시다가,
배고프면 하나 물어드시고, 또 배고프시면 하나 물어드셨다.
당시 집에는 우리 삼남매가 먹을 밥이 부족했었다..
한번은, 아주 어렸을때였다..
10원짜리 동전을 가지고 놀다가 그걸 삼킨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게 넘어가지 않고 목구멍 속으로 파고 들어가고 있었다.
당연히 나는 목이 아프다고만 하고..
목구멍에 동전이 걸리면 니가 어떻게 살아있냐고..
부모님은 야단만 치셨다.
거의 열흘만에 병원에 갔다고 한다. 지금생각해보면 말도 안되는 이야기지만..
그때는 그랬다. 병원갈 돈이 없으셨다.
하지만 애가 점점 말라가고..
그때서야 여기저기 돈을 꿔 병원엘 데려가셨다.
의사가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날 뻔 했다고 한다.
정말 희귀한 경우라며, 빤짝빤짝한 그 동전을 그 병원에 기념으로 달라고 했다.
어머니가 집에서 창문을 통해 보니..
저기 멀리 골목길에 아버지가 세발자전거를 탄 내손을 잡고,
다른 한손으로는.. 연신 눈물을 훔치시며 오셨다고 한다.
그 세발자전거는 내가 맨날 사달라고 조르던.. 당시엔 거금이었다..
아버지는 지금도 너무나 철두철미하시고 근면하시다.
사춘기때는 그런 아버지가 너무도 답답하고,
또 다른 아버지처럼 비싸고 좋은 옷 사입으실줄 모르는 아버지가 창피하기도 했다.
어릴때부터 아버지가 사주시는 선물은 항상 '싸구려'였다.
하지만, 이제 조금씩 깨닫는다. 철이 너무 늦게 들어가나?
결국 그 모든것이 자식들을 위한 희생이었고, 또 사랑이었다는 것을..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해본다. 만약 타임머신이 있다면..
난 젊은 시절 아버지의 시대로 날아가고 싶다.
가끔 허름한 뒷골목 선술집, 남인수의 노래.. 이런 것들이 그리워지는게,
꼭 내가 나이를 먹어서만은 아닌것같다.
지금의 내나이 또래이실 아버지와 둥그런 드럼통을 사이에 두고,
소주 한잔을 나누고 싶다.
아버지의 꿈은 무언지..그리고 우리를 위해,
가족을 위해 버리신 꿈은 또 무언지...
행복을 찾아서 (The Pursuit Of Happyness, 2006)
감독 : 가브리엘 무치노
주연 : 윌 스미스, 제이든 스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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