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고 싶은 감동  
국군 포로가 50년 전에 북한 땅에 남긴 글..참 슬픈일이네요..ㅜ.ㅡ
작성자 : 에버기브업 (evergreen) / 2008.06.06 오후 6:13:04 / 조회 : 3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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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그러고 보니 어버이 날이다.

국군 포로가 50 년 전에

       북한 땅에 남긴 글 
     -- 그리고 찾아낸 아들의 이야기


앞의 다른 글, ‘죽음마저 팽개친 어미 곰의 새끼 사랑’과 ‘호랑이는
죽어서도 호랑이’ "사냥칼이 구해낸 삼부자 사냥꾼"에서 나는 중국의
이도백하진 내도산 촌에 사는 명포수 최 석도 씨를 소개했었다.


백두산 해발 800미터나 되는 고원 지대에 자리 잡은 내두산 촌에서
막내와
같이 사시는 이 분을 나는 일 년 간격을 두고 두 번이나

찾아 가서 만났었다.

갈 때마다 공기 맑고 별빛 찬란한 그 산촌이 너무 좋아서 닷새씩이나
머무르며 그 분과 함께 오랜 시간을 보냈었다.


그 분은 80이 넘었는데도 돋보기 없이 신문을 척척 읽어 대서
나를 라게 만들었다.

그는 나와 이야기 하는 중에 그 작고 날카로운 눈에 눈물을 머금은
일이
딱 두 번 있었다.


한 번은 앞의 어미 곰 이야기를 들려 줄 때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는 딸 이야기를 할 때 이었었고 또 한 번은 그가 북한군에 있을때 데리고 있었던 남한 국군 출신 포로병 김병덕 씨를 회고 했을 때였다.


최 석도 씨는 한국 전쟁 중에 이미 딸 하나 아들 둘의 아버지였었던
나이 서른에 북한군에 징집되어 전선에서 군복무를 했다.

그가 북한에서 중국으로 넘어 온지 몇 년이 안 되었고
국적이 북한인지라 피할 방법이 없었다.


최 석도씨 가족 사진 다시 올린다. 중간이 최 석도씨

그는 고참병이 되자 북한 철도 경비대로 전출하여 청진 근교의
철도 경비 초소장으로 근무했었다.


미 해군은 해안에 노출된 북한 동해안의 철도에 대한
집요한 공격을 했었다.

철도나 철교에 함포사격을 가해서 파괴하는가 하면
특공대를 투입하기도 했었다.

때로는 야간에 몰래 통과하려던 기차가 발견되어서 함포 사격에
앞 기관차부터
끝 화차까지 모조리 파괴당하고
탈선당한 일도 있었다.


최 석도 씨의 초소도 자주 포격당하여 그 자신의 청력을 잃어버리는
피해를 입기도 했다.

그래서 철도 경비대 초소는 하루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전쟁 중 인력 부족에 시달리던 북한군은 자기들이 잡아 놓은 국군 포로들을 세뇌해서 억지 북한 군인을 만들어 후방의 각 부대에 배치했다. 
최 석도 씨 초소에도 억지 북한군이 된 네 명의 남한 국군 포로가
배치되었다.


최 석도 씨는 전쟁이 끝나고 평양 근교로 전출 될 때까지 2년간
이들과 같이 생활했다.

그는 그중에 김 병덕이라는 사람과 각별한 우정을 쌓았다.

유감스럽게도 그는 김 병덕 씨의 고향과 경력에 대해서 잘 기억을
못하고 있었다.

단지 김병덕 씨가 점잖고 학식 있는 사람이라고 했었다.


부하가 아니라 서로 베개를 나란히 하고 잤었고 항상 같이
붙어 다녔다고 했다.

보통 학교 밖에 안 나온 자기가 부하들을 교육시키다가 실수를 하면
김 병덕 씨가
나중에 조용히 불러서 정정을 해주었었다.

부하들에게 망신을 안 당하도록 조언 해주는 배려였다고 한다.


전쟁이 끝나고 최 석도 씨와 포로병중 한 명은 평양 근교 부대로
전출했다가
현지 제대하여 평양의 방직공장으로 배치되었다.

그 곳에서 최 석도 씨는 4년 정도 근무하다가 아들을 데리고
백두산에서 먼 평양까지
찾으러온 마누라의 손에 끌려
내두산 촌으로 돌아와서 포수가 되었다.


그는 평양으로 전출간 뒤 남아 있던 세 명의 포로병 전원은 함경도

아오지 탄광으로 끌려가고 말았다는 소문을 들었다.
( 나중에 알았지만 김병덕 씨는 아오지 인근 온성 탄광에 보내졌다.)
 


생지옥을 닮은 아오지 탄광의 악명은 최 석도 씨도 익히 알고 있었다.

최 석도 씨는 김 병덕 씨의 이야기를 들려주던 중 이 대목에서부터
눈에 물기가 서리기 시작했다.

“ 그 곳이 어떤 곳이유? 벌써 죽었을 게요!”

“ 우리는 형제 같았소.그 때가 어제 같은데 세월이 벌써 50년이 넘어
   흘러갔으니---”


최 석도 씨는 자기가 군에 근무하는 동안 내내 소지하고 있었던

북한군 지급 수첩을 보여 주었다.

그 곳에 그가 청진 초소를 떠날 때 김 병덕 씨가 적어준 전별사가

생생히 담겨져 있었다.


잘 살펴보니 전별사는 1955년도에 쓰인 것이었다.

글씨도 달필이고 글의 분위기도 이 분이 고등 교육을 받은 분이라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이 수첩에는 또 다른 포로병인 두 분의 글이 더 쓰여 있었다.


▽충남 공주군 공주읍 금학동 242번지 김 기우

           (뒤의 우짜가 분명하지는 않다.)

▽경기도 서울시 서대문구 홍제외리 신락동 29호 오 태환


그러나 최 석도 씨는 두 분에 대해서는 기억이 흐렸던지

별다른 이야기가 없었다.

여기에 그 분의 전별사의 스캔 카피와 다시 쓴 글을 소개 해드린다.



상기 수첩의 글을 다시 읽기 쉽게 정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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尊敬(존경)하는 벗 錫道 同知(석도 동지)에게.


豊富(풍부)한 社會識見(사회식견)의 所有者(소유자)인
錫道同志(석도동지.)

春風秋雨(춘풍추우)二年이란 歲月(세월)을 서로
喜怒哀樂(희노애락)을 같이 나누며
親兄弟(친형제)의 같이 지나던
사이는 오늘의 離別(이별)로 갈리게 되었오.

얼마나 可惜(가석)하고 얼마나 애달픈가!


그러나 이 땅이 그렇게 廣漠(광막)하지 않거니 오늘 비록
離別(이별)의 쓴 握手(악수)로
헤어지지만 기어코 기약 없는
그 어느 날 그 어느 곳에서 歡喜(환희)의 相逢(상봉)이
뒤 따를 것이요.


황소같이 愼重(신중)하고 종달새같이 즐거우며 닭같이
固執(고집)세고 羊(양)같이 順(순)한
그대 錫道兄(석도형) ! 
그이름 은 내 심장에 조각처럼 살아 있으리 -- 길이 길이 ---


그러면 離別(이별)에 際(제)하여 삼가 健康(건강)을 祝願(축원)하노라.

부디 便紙(편지)가 갈수 있는 그날 편지나 얹어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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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도씨의 수첩

내가 이 분의 유족을 꼭 찾아서 보나마나 전사처리 되었을 이 분의
이야기를 들려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최 석도 씨로부터
김 병덕 씨가 왜
다른 포로병처럼 좋은 직장으로 배치를 받지 못하고
탄광으로 보내졌는지에 대한 내력을 듣고 나서이다.


김 병덕 씨와 같이 배치 받아 온 네 명의 포로병은 말할 수없는
골칫거리였었다고 했다.

나중에 최 석도 씨와 김 병덕 씨가 우정을 쌓은 것은 별개의 이야기였다.

일어나라고 할 때 안 일어나고 일하라고 할 때 일하지 않고 하여튼
매사에 비협조적이었다.

고참이 뭐라고 하면 되바라지게 반항하기 일쑤였다.


그런 것만이 아니었다.

천지를 뒤흔드는 미 해군의 맹렬한 함포 사격이 있을 때는 참호로
피한 인민군들은 사색이 다 되어서 벌벌 떠는데 이들 포로병들은
마치 반가운 친척이라도 찾아온양  희희낙락 했었다.


상공에 미군 전투기나 정찰기가 지나가면 전부 대피하는데 이들은
전투기가 보라는 듯이 일부러 느릿느릿 움직였었다.


나는 가슴이 저며지게 흔들리는 것을 주체 하지 못했다.

그들은 운명이 어쩌지 못해서 적군에 복무하게 만들어졌지만 그들은
포로가 되면 여건이 허락 하는 한 저항하라는 군의 명령에 충실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힘든 세월을 보내고 나면 전쟁이 끝나고 집에
갈 수 있다고
믿어서였을 것이다.

조국이 자기들을 버릴리가 없다고 확신했을 것이다.


북한 당국은 이들을 비밀리에 지켜보고서 벼루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휴전이 되고 군대를 감축할 때 김병덕 씨와 다른 두 명의 포로병이
쫓겨 간 곳은  아오지 탄광과 온성 탄광이었다.


최 석도 씨와 평양 공장으로 보내진 장 모라는 사람은 한국군에
입대하기 전 서울에서
장사도 했었고 뒷 골목에서 놀아 보기도한,
그러니까 물정을 아는 사람이었다.


눈치가 빠른 그는 매사에 고분고분하게 굴며 열심히 하는 체해서
아오지로 보내지지 않고
평양 방적 공장으로 보내졌지만 내심은
그렇지가 않았던 모양이다.


그는 평양에서 다시 재혼도 했는데 최 석도 씨와 술을 마실 기회가 있을 때는 울면서 속내를 털어 놨다는 것이었다.

“ 공화국이 지상 낙원? 형님!난 이런 곳에 있을 수 없어. 통일만 되면
   지금 마누라건 뭐건 다 내 동댕이치고 옛 마누라 찾아 
   고향으로 가겠소! "


최 석도 씨는 나와 대화하는 동안 북한을 비난하는 것은
조심스럽게 자제했었다.

북한군에서 제대했을 때 김일성에게 받은 색 바랜 군공 메달을
보여주며
은근한 자랑까지 했었다.

인민군 복무에 대한 강한 노스텔지어를 가진듯했다.


그러나 김 병덕 씨의 이야기를 하면서는 김일성을 맹비난했다.

전쟁이 끝났으면 포로를 석방하는 것이 도리인데  왜 보내지 않고
지옥살이를 시키느냐는 것이다.


“ 죄도 없는 사람을 어찌 가족과 생이별로 갈라놓고서리 탄광에
  보내서
인생을 망쳐 놓습니까? 이것이 인간이 할 짓입니까 ?”


그는 기어이 눈에 고이는 물기를 손등으로 닦아 냈다.

그가 나와 만나는 동안 두 번째로 눈물을 흘린 것은 바로
이 순간에서 이었다.


나는 정말 감동했다.

나는 앞뒤 생각  없이 장담했다.

“ 선생님! 제가 한국에 돌아가면 김 병덕 씨 가족을 한번
  찾아 보겠습니다.”

나의 장담에 최 석도 씨는 크게 감동한 듯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내가 내두산 촌을 떠나 올 때 뜻밖에도 최 석도 씨는 나에게 예의
북한군 수첩을
건네주어 나를 놀라게 했다.

50년이나 간직해왔던 수첩이었는데 그것을 선뜻 나에게 준 것이다.


“ 병덕이 가족을 찾을 수만 있다면 이런 수첩이 나에게 무에 필요 
  하겠소?”


나는 그 수첩을 소중히 간직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에 돌아온 나는 쉽게 김 병덕 씨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군 당국에 실종자를 찾아주는 부서가 생겼다는 말을 들은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물어 물어 그 곳의 전화 번호를 알아내 책임자라는 모 장교와 통화를
할 수 있었다.


몇 마디 나누지도 않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 인적 사항을 팩스로 보내시오.”

나는 예의 김 병덕 씨의 전별사도 복사해서 동봉했고 내막을 자세히
썼고 포로병들이
모든 것을 다 빼앗긴 상황에서 상기했던 저항의
투쟁까지도 썼다.

그리고 나도 장교로서 휴전선에서 근무했다는 자기 소개까지도 했다.

행여 이런 것까지 쓰면 좀 관심을 더 가져 줄까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러나 며칠 뒤 전화 해본즉 퉁명스러움은 여전했다.

“ 검색해 보니까 실종된 김 병덕이가 열 네 명이나 되는데  
  찾을 방법이 없습니다.“

그러니 귀찮게 굴지 말라는 투의 소리였다.

나는 실망이 적지 않았으나 다시 한 번 요청해보았다.

“ 그 열 네 명을 제가 한번 다 조사해보겠으니 명단 좀 볼 수
  있겠습니까?”


나는 아르바이트 생 두어명만 며칠 쓰면 그런 조사는 간단히 끝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나를 비웃었다.

“ 말이 안 되지요. 어떻게 명단을 줍니까?”

나중에 알았지만 전쟁 기념관에서  전사자들의 명단 확인이 가능했다.
이런 전사자 명단은 군사기밀이건 뭐건 아무것도 아닌데 그런 고자세를 부렸던 것이다.

그리고 끝이었다.

그런 수준의 대답으로 자기 할 바는 다했다는 것이었다는 식으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


나는 컴퓨터 검색 결과가 다소 모호하게 나와도 그가 조금은 관심을

표해줄 것이라고 기대 했었다.


다시 말하면 검색에 필요한 추가 정보들, 김병덕 씨의 계급이라던가,
고향이라던가,
마지막 전투를 한 곳이라던가―이런 것들을 좀더
자세하게 캐어 물을 줄 알았었다.

그런 말은 한 마디도 없었다.


나는 그간 북한과 교류하면서 정부나 군이 하는 짓을 보고 못 마땅했던

생각이 분노로 바뀌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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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 아랫 부분의 글은  내가 받았던 홀대와 국군 포로 문제에
대하여
무관심 했던 정부를 신랄하게 비난 해댄 것이었다.


그리고 이에 공감하여 울분을 터뜨리는 독자 분들의 답 글들도
많았었다.


그러나 상황이 반전하였다.

그 원망의 대상이었던 정부, 더 자세히 말해서 국방부의
북한정책과의
  아낌없는 협조를 받아 김 병덕 씨 아들을 찾아냈다.

따라서 정부를 비난했던 이 아래의 원래 글들을 삭제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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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글은 두 달 전인 지난 3월 7일 포스팅 했었다.

그리고  여러 곡절 많은 변화가 있어 아랫 부분의 글은 시간이

한참 지난 4월 말부터 쓰기 시작했다.


백두산 최 석도 씨가 옛날 전우인 당사자 김 병덕씨를 찾기 위해서 

관계 기관에 접촉했지만 퉁명스러움의 비협조로 실패했던 내용을

글에서 다 이야기 했었다.


그리고 야후 메인 페이지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오르지를 못했다.


나는 그리고 이 이야기는 그냥 나의 섭섭한 기분을 하소연했고
사연은
지나간 블로그 글 묶음의 하나로 잊혀 갈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치도  않은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답글들이 계속 붙기 시작한 것이다.
글은 금새 70여개를 넘어섰다.


메인 페이지에 오르지 못한 글에 있지  않았던 일이었다.


대부분의 답글들은 내가 경험했던 무성의했던 정부의 태도를
성토
한 것이었다


더 해서 53 년에 적군 전우라는 기이한 인연을 맺은 사람에게 글
몇 줄
남기고 행방이 묘연해진 김 병덕 씨의 가족을 꼭 찾아서

그가 전사 한 것이 아니라 적어도 전후인 1955년에 까지 생존해

있었다는 사실을 전해 주라는 격려와 당부의 말씀들이었다.


한 두 개의 댓글도 아니고 하나씩 둘씩 늘어가는 답글들은 나에게

다시 한 번 최 포수가 나에게 부탁한 김 병덕 씨의 가족 확인에 

책임감을 느끼게 하였다.


나는 내가 블로그에 포스팅한 글과 최 포수의 수첩을 다시 몇 번씩

돌이켜 보면서 마음을 다시 내켜 먹었다.


한 번 하는데 까지 해보는 것이 최 석도 씨에 대한 신의이고  나의 글을

찾아오신 독자 분들에 대한 예의이고 울프 독 블로그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 도리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국군 포로 찾기의 담당 부서가 저렇게 퉁명스러운데 내가
할 일은 한정되어 있어 보였다.

나는 며칠 궁리를 하다가 두어 달 전에 용산 전쟁 기념관에 갔다가
전사자의 명부를 열람 할 수 있다는 게시물이 생각났다.


나는 이미 한국 측 기록에는 김 병덕 씨가 전사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

나는 기대를 가지고 용산 기념관에 가보았다.

과연 그 곳에 컴퓨터로 전사자 검색을 할 수가 있었다.

김 병덕 씨라는 이름이 무려 십 여 개나 떴다.

그 때 당국의 거만했던 장교의 말이 거짓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전쟁 기념관


이렇다면 아르바이트 생을 동원하여 십 여 명의 사람들 주소를 일일이

찾아보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집에 돌아와서 곰곰이 생각해봤다.

수도권에 주소지가 되어 있던 분 한 사람만 찾아 봐도 하루 종일 걸릴

이 탐색에 들어갈 경비만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


나는 가능하면 탐색 대상을 줄여 보기로 했다.

더해서 직접 방문해서 이런 방법으로 탐색해 볼 때 과연

나타나는 문제점은 무엇인가 하는 문제점도 점검해보기로 했다.

먼저 수도권의 대상을 내가 틈나는 대로 조사해보고 나머지

사람을 동원해서 지방을 찾아보자--이런 복안이 섰다.


나는 며칠간 궁리를 해보다가 집 주소가 확실히 나온 공주시 금학동의

242번지의 김 기우 씨부터 소재 파악을 해보기로 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어느 친절하신 독자분이 나에게 공주의 금학동부터

찾아보라는 글을 주신 것이 마음을 움직이게 된 동기였다.

더해서 다음 글을 위해서 공주의 우금치를

현장 취재 할 일이 있었다.

나는 공주시 금학동 사무소에 전화를 해서 금학동이 바로 우금치와
가깝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겸사겸사 삼월 하순에 날을 잡아 공주로 떠났다.

우금치를 다 둘러보고 금학동 사무소를 방문했다.

금학동 사무소는 우금치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동 사무소는 한적했다.

나를 만난 동 사무소 직원 분은 내가 찾아온 엉뚱한 용건을
들어 보고
황당해 했다.

나 역시 55 년 전 최 석도 씨의 수첩에 적힌 주소지가 바로 동 사무소

앞 마당과 앞의 아파트 건물이 위치해 있는 곳임을 알고 난감해졌다.


그러나 나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들어본 동사무소 직원 분은
친절하게
설명 해주었다.

호적을 찾아야 되는데 그 것은 공주 시청에 가 봐야 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한 사람의 인적 사항만을 가지고 찾기는
무척 힘들다고 했다.


암담한 생각이 드는 판에 마침 위 해당 주소지의 통장님이

사무실에 들어 오셨다.

나이가 70세 정도로 보이는 분이었다.


직원 분은 반갑게 통장님을 맞아서 나의 사정을 자세히
설명해드렸다.


통장님은 그 지역에서 오래 사신 분이었다.

내가 드린 주소지를 받아 보신 통장님은 선선히 대답했다.

“내 찾아보겠으니 걱정 마슈-- 이 동네 살았다면 찾을 수 있을게요.”

안타깝게 생각하시는 동사무소 직원분과 통장님과 작별했지만

조금 암담한 기분으로 동사무소를 나왔다.


이렇게 어렵다면 아르바이트 학생을 동원한다해도 어떻게

김 병덕씨의 가족을 찾는다는 말인가?

나는 응원과 격려의 답글들을 주신 독자 분들의 관심이
온몸을 누르는 듯한
중압감을 안 느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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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글의 주제 인물인 김 병덕씨는 아니지만 이 탐사의 후일담부터

이야기 해보자

그 친절하신 금학동 동사무소 직원님은 나중에 나의 블로그에 오셔서

격려의 답글을 남겨주셨고 나와 약속을 하신 통장님도 열심히 알

아 보신듯했다.


며칠이 지나고 경상남도의 어느 대학교에서 근무하시는 분의
전화를 받았다.


통장님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었다는 이야기였다.

자기 본적이 금학동 242번지라는 것이었다.

내가 찾는 분이 자기 집안과 무슨 연관이 있는 듯하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공주의 한 기업에서 간부로 근무한다는 동생을 소개해주었다.

그 동생 분과 이야기를 해보니 최 석도 씨의 수첩에 적힌
이름을 잘 몰랐다.


그러나 한 가능성을 이야기 해주었다.


자기 집안의 할아버지에게 동생 분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 사실을 할아버지도 이야기 하시지 않으셨고 아버지도
말씀
하시지 않아서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호적을 떼어보니
할아버지의
동생 분이 엄연히 나타나더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작은 아버지에게도 아들이 한 분 있는 것도 발견했다.

여기서 또 추리의 힘을 동원해 볼 수밖에 없었다.

5,60년대의 시절에 한국에서 집안에 월북자가 있는 집안은
관(官)이나
사회에서 큰 차별 대우를 받았었다.


연좌제라는 법이 적용되어서 공무원이 될 수도 없었고 해외 여행에도

제약을 받았었다.

이웃에서도 빨갱이 집안이라고 경원시 했고 자녀들의 결혼에서까지

차별 대우를 받아야 했다.


그런 사회 분위기 때문에 집안에서도 월북자가 있으면 쉬쉬하면서

감추는 경우가 많았다.

이 분들 집안도 그런 연유로 자손들에게까지 월북자의
존재를 함구했었고
월북한 작은 할아버지 아들이 북한군에
입대하여 최 석도씨 수첩에
그 이름을 남겼다는 이야기인데 --
그렇다면 그는 남한 출신이지만 포로병은 아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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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금학동 동사무소 방문을 마치고 저녁 시간이 훨씬 넘어 사무실로

돌아와서 대강 정리를 하고 컴퓨터를 열었다.

블로그를 첵크 하다가 며칠간 보지 않았던 쪽지 함에 손길이 갔다.


뜻 밖에도 놀라운 쪽지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국방부 북한 정책과의 조 소영 사무관이라는 분이 보낸 쪽지였다.


국방부 북한 정책과에서 국군 포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조 소영 사무관입니다.

국군 포로 업무는 국방부에 수행하고 있는데

육군 쪽으로 문의 하셔서 안내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 같고,

이에 대해서는 죄송한 마음이 큽니다.

김 병덕 씨의 인적 사항을 좀 더 자세히 알아야 가족 확인이 가능하니

02-7X8-6XXX 로 전화 주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기겁을 하게 놀랐다.

북한 정책과라면 본문에서는 밝히지 않았지만 나에게 거만하게
대했던
그 밥맛없었던 모 장교가 근무하던 부서였다.


쪽지로 나에게 담당 부서의 무례함을 정중하게 사과는 했지만

이 조소영인가 하는 사람의 정체가 뭘까?


사무관 ?

이 직책은 상당히 높은 벼슬인데 ---

그런데 남자 녀석이 이름은 왜 여자 같을까?

(여자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었다.)


몇 년 전의 그 거만했던 놈이 군복 벗고 사무관으로 아직도

그 곳에 근무하는 것이 아닐까?

그 인간이 내 불로그를 보고 머리가 돌아 가지고 여직원을 시켜

나를 유인 하는 것이 아닐까?


나는 몇 분 동안 혼란스러운 생각에 머리를 흔들다가
마음을 고쳐먹었다.

나쁘게만 생각하지 말고 좋은 쪽으로 생각해보자.

진짜  그 옛날  거만한 친구가 나타나면 욕해서 미안 하다고
하고 피해 버리자.
 


일단 긍정적으로 생각하니까 공주의 금학동 사무소에서 실망감을
안고 돌아온 터라  캄캄한 어둠속에서 한 줄기 빛을
발견 한 것 같았다.


다음 날 오후 한가한 시간대를 골라 나는 조 소영 사무관에게
전화를 했다.


“ 조 소영씨 부탁 합니다.”


상냥한 여자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전데요.”


어라 ? 이 사람이 여자구나!

나는 놀란 나의 가슴을 억누르고 나의 신분을 밝혔다.


조 소영씨는 반갑게 대답했다.


“ 아 -!그러세요? 실은---”


울프 독의 글을 보신 어느 고마운 독자 분이 북한정책과에
전화로 민원을 넣어서 조 소영씨도 내 블로그를 읽고 쪽지를
남겼다는 것이었다.


(이 독자 분에게 지상으로나마 정말 고맙다는 인사를 올리고 싶다.

행여 이 글 읽으시면 답글 주시기 부탁드린다. )


조 사무관은 먼저 울프 독에서 성토했던  정부의 무성의에 대해서
정중히 사과를 했다.


나는 조 사무관에게 그 건방진 인간이 바로 같은 부서에서 일했던
장교였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한 두 마디의 말끝에 조 사무관은 말했다.

“제가 한번 힘써 보겠으니 한번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이야 말로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었다 !

국방부가 힘쓰면  반드시 김 병덕 씨의 가족을 찾아낼 수가
있을 것 같았다.

기쁨에 들뜬 나는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 조 사무관님 감사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엎드려서 큰 절을
   하고  싶습니다.”        


다음날 나는 최 석도 씨의 수첩을 가지고 국방부를 찾아갔다.

나는 조 소영 씨의 사무관 직위나 조리 있게 말하는 투로 보아서

조금은 나이가 있는 여성이라고 짐작했었다.


그런데 20대의 예쁜 여자가 면회실로 나오는 것을 보고 다시 놀랐다.

나중에 알았지만 진짜 행정 고시에 합격해서 사무관이 되었고

아직도 결혼하지 않은 엘리트 미스였다.


그 녀는 이미 컴퓨터 검색을 해서 십여 명의 김 병덕 씨를

찾아 놓은 상태였다.

그 녀는 나와 여러 대화를 나누고 두 가지를 주문했다. 

“최 석도씨에게 우선 김 병덕 씨의 나이가 어느 정도 였는지와
  그 분이  어느 지방 말씨를 썼는지를 알아봐 주세요.”


엘리트답게 역시 생각하는 것이 깊었다.

이 정도만 알아도 범위를 대폭 좁힐 수가 있었다.


나는 그 날 밤 중국 내두산 촌에 전화를 넣었다‘

최 석도 씨는 감기로 누어 있다가 나의 전화를 받았다.

나이 88세의 고령이지만 안경을 안 쓰고

신문을 읽을 수 있는 이 분은 미 함포 사격에 귀가 약간 먹어서

고통스럽게 고함을 질러야 통화가 되었다.


그는 말했다.

“ 병덕이 나이? 나보다 댓살 아래였소.”

최 석도 씨는 1920년생이다.


그리고 김 병덕 씨의 말씨,

“ 병국이는 서울말을 썼드랬지.”


제대 후 최 석도는 평양 방직 공장에 보직을 받아서

그 곳에서 서울 출신과 같이 3년간 근무했다는 말을 위에서 썼다.

그래서 그는 서울말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이 것만 해도 큰 수확이었다.

나는 다음날 새로 발견한 사실에 대해서 조 사무관에게
바로 정보를 알려주었다.


이틀 뒤 조 사무관에게서 전화가 다시 왔다.


“수도권 출신 김 병덕 씨를 세 사람 찾았는데 그 중의 
한 분이 유력하네요. 9연대에 근무 했고요,
경기도 양주군 출신인데 출생 연도가 1925년 생인데요,
-- 이 분을  관심 있게 알아 봐야겠어요.”


최 석도씨의 출생 연도가 1920년이니까 연령대가 비슷하게 맞는다.


9연대라---?
11사단인데---
(11 보병 사단은 지금 기계화 사단으로 편제가 바뀌었다.)
전쟁 기념관의 컴퓨터 검색 때 못 보던  분이었다.
나는  김병덕 씨의 더 자세한 신상 정보를 얻은 기회에
전쟁 기념관을 다시 찾았다.

그의 이름이 검색 화면에 나왔다.
그러나 그는 출신지가 단순히 경기도로만 되어 있었다.
추적이 불가능한 대상이라서 추적 대상에서 미리 제외해 놔서
나의 머리에 남아 있지를  않았던 모양이었다.

계급이 일병이었다.
측은한 생각이들었다.

1925년 생이니까 느지막하게 군대에 가서 얼마 복무하지도 못하고
포로가 되어 버린 것이다.


보병 11사단  전사자 명비

나는 온김에 검은 대리석에 새겨진 전사자 명비에 있는
그 분을 찾아 보기로 했다.
전쟁 기념관 전시 복도를 돌아서 동쪽 복도 벽에 있는 11사단 쪽을
찾아 보았다.

전사자 명비에 있는 보병 11사단 9 연대 일병 김병덕. 


있지 않아야 할 곳에 이 분이 있는 것을 보니 숙연한 감정이
솟아 올랐다.

빨리 이 분의 가족을 찾았으면 ---
그러나 열심히 북한정책과의 노력을 지켜 보는 수밖에  달리
뾰족한 수는 없었다.

여기 다 소개할 수는 없었지만  조 소영 사무관은 김 병덕 씨
뿐만
아니라 비록 실패했지만 최 석도 씨 부대에 있었던
다른 포로병들의 소재까지도 찾아 보느라 많은 수고를 했었다.


가능성 있는 분들의 본적지로 일일히 공문을 보냈고 답신이
신통치 않으면
보훈처에 문의 해보았고 그리고 현충원까지도
첵크 했었다.

정말 자기 아버지를 찾아 헤매듯 이 분을 추적해주었었다.
그 녀의 본성이 원래 인정이 많아서였던 것 같았다. 

몇 년 전에 같은 부서에서 문전박대를 받은
나는 고맙고 감동 할 수밖에 없었다.


며칠 뒤 다시 조 사무관에서 전화를 받았다.

“ 이 분이 제일 가능성이 있어 보이네요.
   알아보니까 그 분의 유족이 있고
연금을 지급받고 있으니까 
   곧 연락이 될 거예요.“

보훈처에 가족의 연락처를 요청했다는 말이었다.


나도 이 분에게 관심이 갔던 것은 그 분의 전사일이

1950년 6월25일이라는 점이었다.

다시 말해서 전쟁 발발일이 그분의 전사일이라는 사실이다.


나는 김 병덕 씨를 찾아서 전쟁 기념관의 전사자 명부를 컴퓨터로

뒤지다가 이상한 사실을 발견했다.


전쟁 발발일인 1950년 6월 25일에 전사한 사람들이 눈에
자주 보인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좀 이상한 생각이 들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날이 전사자인 장병들은 포로나 실종자들이었다.


1950년대 춥고 배고픈 시절의 한국 국방 행정의 수준이라서

실종자는 모두 전사일을 전쟁 발발일인 6월25일로 만들어 전사자로
처리했다.


미국 같았으면 실종자는 MIA(Missing in Action)로 분류되어 엄연히

다르게 취급되는데 그 무렵 행정의 단순화를 위해서 북한에
살아있던
사람도 죽은 사람으로 취급해 버렸던 것이었다.


조 사무관이 주목하고  있었던 세 명의 김 병덕 씨 중 오직
경기도 양주가 고향인
김 병덕 씨만 전사일이 6월25일,
그러니까 포로거나 실종자였던 것이었다.

이 사실만으로도 이 분이 거의 확실했다.


나는 이틀을 더 기다렸다.

조 사무관에게서 드디어 전화가 왔다.


나는 반가운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다.

드디어 김 병덕 씨 유족에게 그가 북한에서 쓴 편지를 보여 줄 수가

있겠구나!


그러나 수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조 사무관의 목소리는 어쩐지

시작부터 이상했다.


“ 그 분 유족인 아드님과 통화가 되었는데요, --- 참 이런 일이--”


“ 아니 무슨 일이 있었는가요?”


“ 김 병덕 씨 아드님에게 사실을 이야기 해드렸지요-- 선생님이
   찾고  계시니까 한 번 만나 뵈시라고요--- 
   그랬더니 뜻밖의 대답을  하시더군요"

“ 뭐라고-- ?”


“ 신경 쓰고 싶지 않답니다. 만나 뵙기 싫다는 것이지요.”

.
나는 어이가 없었다.


“ 뭐, 뭐라고요?!  자식이 아비에게 그럴 수가 있는 겁니까?

  이런 일이 어떻게 생길 수가 있지요?”


조 사무관도 나의 흥분에 당혹스러운 것 같았다.

한참을 기다리다가 입을 열었다.


“며칠 기다려 보면 그 분의 마음이 변할지도 모릅니다.

 제가 내 주에 다시 한 번 전화를 해 봐야겠습니다.”


나는 끓어 오르는 울화통을 참고 기다리기로 했다.

조 사무관은 전화를 끊기 전 한 사실을 알려 주었다.

“역시 이 분 아버님이 우리가 찾는 그 분일 가능성이 아주 큰 것 같아요

 아버님이 철도청에 다니셨대요.“


나는 조 사무관에게 김 병덕 씨의 정보를 알려 주었을 때 최 석도 씨가

몇 번이나 나에게 되풀이 한 말을 잊지 않았었다.

“병덕이는 인텔리였소.”


그리고 그가 수첩에 반듯하게 쓴 펜글씨를 조 사무관에게
보여 주었었다.


“ 이런 글씨는 아무나 못씁니다.”


나는 서예가 취미이신 부친 덕분으로 펜글씨에 대해서

여러 이야기를 들었었다. 

붓글씨 만큼은 안 되어도 펜글씨도 상당한 연습과 경험이 필요하다.


지금도 나의 초등학교 시절 펜글씨 교본을 헌 책방에서 본 기억이 난다.

선배 말씀에 의하면 일정시대나 볼펜이 일상화된 60년대 전 까지도

펜글씨를 가르치는 학원도 있었다고 했다.


나는 최 석도 씨의 수첩의 글씨를 보고 비스듬히 오자도 없어 줄을
반듯하게 맞추어 가며 깨끗하게 쓴 것을 보고 펜글씨를 오래 써보고

서류도 많이 만들어본 사람이라는 것을 한 눈에 알아보았다.

그래서 나는 한 때 그를 장교 출신이 아닌가 의심도 했었다.


철도청이라면 --- 그 때는 교통부의 철도국이었다.

김 병덕 씨는 화이트 칼라인 공무원이었다. 
그 때  공문서는 일일히 펜에 잉크를 찍어서 쓰는 펜으로 작성되었었다.

그의 몇 년간의 행정 경험과 서류 작성이 그의 펜글씨 솜씨를

이 정도의 달필까지 올려놨을 것이다.


이 김 병덕씨가 진짜라는 가능성을 보태주는 사실이 하나

더 발견되자 나는 더욱 조바심이 났다.

“그 분 아드님이 마음이 바뀌어서 만나 봤으면---”


간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다음 주에 나는 다시 찬물을 뒤집어 쓰는 경험을 해야 했다.

조 사무관이 접촉을 다시 했는데 아들은 더욱 강경해져서

나를 안 만나겠다는 것이었다.

신경쓰기 싫다는 아들답지 않은 이유가 이유였다.


나는 울화가 치밀었다.

‘한심하구나 --- 이 불효자  놈!’


또 안 좋은 소리를 조 사무관에게 해댔다.

“조 사무관님. 김 병덕 씨는 세 번 죽었습니다.

 남한이 죽이고 북한이 죽이고 아들이 죽이고----“


조 사무관은 그래도 그 못난 아들을 두둔했다


“무슨 사정이 있었을 거예요. 이유가 있었을 거예요”


내가 보는 사정은 뻔해 보였다.

환갑이 다 된 그 아들은 평생 인생을 지옥에 묻어 버린 아버지의
희생 덕분에 원호 가족으로서 연금과 교육 또는 취업 등 국가가
베푸는
모든 특혜를 다 받았을 것이다.


그는 아버지 덕분에 5,60만원 정도의  연금을 지금도 받고 있다.
그는 지금 아버지가 살아 있다면  그런 연금 같은 특혜가
없어질 것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은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부양해야 될 늙은 아버지가 귀환하는 것이 겁이 날 수도 있다.

또는 그가 나를 사기꾼이나 뭐 이런 불량한 목적을 가진 인간으로
의심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자기 아버지의 체취를 느낄 수있는 글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자식의 도리로서 일단은 만나는 봐야 할 것이 아닌가!


나는 그 날 하루 종일 지옥 같은 북한의 탄광에서 남쪽 하늘을 보며
아들을 그리워하다 지금은 저 세상으로 갔을지도 모를 김 병덕 씨가
그렇게
불쌍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나의 감정을 어떻게 할 수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아들이 싫다는 데야 우리가 더 이상 나설 여지가 없어 보였다.


끝맺음을 하여야 했다.


나는 중국 백두산의 최 석도 씨에게 전화를 했다.

그간 생긴 상황을 이야기해주었다.

최 석도 씨는 낙심천만해 했다.


“그러오? 병덕이 아들이 아비를 안 본다고 하오? 정말 그러오? "


88살 노인의 가슴 속에 53년 동안 품어져 왔던 남한 전우는 다시

그의 가슴 속으로 돌아가야 했다.


나는 부모를 부양하기 귀찮은 부모를 해외에다가 유기해버리는
패륜아들의 이야기도 들었었고 병든 어머니를 개처럼 헛간에 가두어
놓고 하루에 두어 번 밥이나 주는 불효막심한 아들도 보았었다.


말로만 듣던 그와 비슷한 인간을 내가 직접 경험하니 기가 막혔다.


나에게 지금 별 말썽 없이 잘 커주고 있고 또 나 자신 아비로서
사랑도
쏟아 주는 두 아들들이 있다.


나에게 두 아들 놈들이 불효한 짓을 절대 하지는 안 할 착한 아들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놈들도 이제는 달리 보이는 것이었다.


' 이 것들이 내가 늙어서 귀찮아지면 산에다가 내다 버릴지도 몰라- '


나는 세상이 정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
그러나 시간이 갔고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는 다른 생각이 든다.

자식 사랑은 내리닫이 사랑이라는 옛 말이 생각나는 것이다.

(막내가 제일 귀엽다는 말로 해석되는데 원 뜻은 그것이 아니었다.)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은 부모가 주기만 하는 원 웨이(one way) 사랑이라는 말이다.


김 병덕 씨가 지옥 같은 북한에서 시간마다 날마다 사무치게 그리워했을 아들이지만 아들은 자신이 아기 때 전쟁터에 끌려 나간 아버지의
얼굴을 전혀 기억 못할지도 모른다.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에게 무슨 애정이 있겠는가 ?

그에게 아지랑이 같은 아버지의 존재보다 현실에서의 돈 몇 푼이

더 아까울 것이다.
그런 패륜이 나올만한 상황일지도 몰랐다.


나는 이 글을 쓰는 이 시점에서 김 병덕 씨 아들의 개떡같은 불효는
잊어  버리고자 한다.


그리고 달리 생각해보기로 했다.

지금은 저 세상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김 병덕 씨는 그를 외면한
아들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적군이지만 그를 50년간이나 잊지 않은 중국 내두산 촌의
전우 최 석도씨도 있고 그를 찾아 주기를 염원해주신 울프 독의
많은 독자 분들도 있다.


이 사연을 북한 정책과에 민원을 넣어 주신 고마운 울프 독의 독자분도 계시다.


자기 일처럼 힘써준 국방부 북한 정책과의 조 소영 사무관이나 그 뒤에서 지원해준 북한 정책 과도 있다.


그리고 직접 관여는 안했지만 수고 해주신 공주시의 금학동 동사무소 직원님이나 연로하신 통장님도 있다.


지금쯤 아마도 이미 돌아 가셔서 그 혼이 고향과 자식을 그리워하며

북한 땅을 헤 매일 그의 혼령에 이렇게 많은 따뜻한 이웃들이 있는
것이다.

  

이 분들의  모든  사랑들이 있는 한 김 병덕 씨를 비롯한 국군 포로들은 절대 외롭지는 않고 세상은 그렇게 험 한 곳도 삭막한 곳도 아니고
아직은 아름다운 곳이다. 


나는 김 병덕 씨와 여러 국군 포로들의 가족 추적에 자기 일처럼 수고해준 조 사무관에게 마지막 고맙다는 말과 함께 이런 말을 했었다.


“ 조 사무관님 정말 수고 하셨습니다.꼭 복 받으실 겁니다.”


나는 결코 듣기에만 좋은 덕담이 아닌  순수한 기원의 말씀을 위의
따뜻한 가슴을 가진 모든 분들에게도 진심으로 드리고 싶다.  


------------


이 글을 본 조소영 사무관이 정부 방침에 대한 홍보와 입장을
설명한 댓글을 달아 주셨기에 여기에 소개드립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질타에 대해서 정부 조직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심정이 있었던 듯합니다.


그러나 조 소영 씨의 아낌없는 도움을 받은 글쓴이의 입장에서
말씀드리자면 그 분의 헌신적인 노력 하나만으로도 정부가 결코
인간미 없는 조직과 법만 있는 차가운 곳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고 나에게 불친절하다고 비난했던 분이 누구인지 얼마 전에 
일을 매듭 짓고 나서 그 신원을 조 사무관에게 밝혔는데
알고 보니 좋은 일을 많이 한 사람 같습니다.
이런 분이라면 내가 비난한 것에 대해서 사과드립니다..

 

----------

북한정책과 조소영 사무관입니다.
오늘 산사람님의 전화를 받고 글을 읽어 보았습니다.


저에 대한 과분한 칭찬에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제 일을
한 것 뿐인데 하는 생각에 죄송스럽기도 합니다.


다만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진실은 눈에 보이는
것과는 조금 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불친절 공무원으로 제시된 그 분은 국군포로 송환업무를 하셨던
분으로 73명이나 되는 국군포로와 수백명의 포로 가족들이 그분의 노력으로 우리땅으로 귀환했습니다.


모든 민원을 성심성의껏 처리해 드리는게 가장 좋은 일이겠지만
사람 생명이 지금 왔다갔다하는 일을 하다보면 민원은 우선
순위가 밀릴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할지라도 친절하게 응대해 드려야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이런 사정도 있다는 것을 국민들이 조금은 이해해 주시면 훨씬
일하는데 힘이 날 것 같습니다.

지난 정부든 이번 정부든 국군포로문제는 결코 소홀히
하지 않습니다.
각종 남북회담시에도 빼놓지 않고 그 해결을 북측에
요구해왔습니다.


다만 사람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여러분께 말할 수 없을 뿐입니다. 

국군포로문제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국군포로에 대한 관심이 순간의 감정으로 끝나지 않고 내몫을 희생해서라도 해결해야할 문제라고 생각해주신다면 업무 담당자로서 더 할 나위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모두 항상 행복하시고 국군포로를 위해 이렇게 힘써 주신
산사람님 복 많이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
이상은 조 사무관이 달아주신 답글이었습니다.
조 사무관 같은 분이 있는한 북한정책과는 국민의  사랑 받는

부서가 될 것입니다


오늘은 정말 다시 봐도 어버이 날입니다.

김병덕씨 아드님이 행여라도 마음에 변화가 생겨 그 분
아버지의 체취가
담긴 수첩을 지금도 가지고 있는 나에게
연락을 주었으면 합니다.

 

http://kr.blog.yahoo.com/waterview33/136?c=13



 
댓글 3개
maria
마리아
아,,슬프네요ㅠㅠ [08/06/06 오후 10:32:01] 
낭만고냥
cat
조소영 사무관님 정말 착하삼~ [08/06/07 오전 11:01:02] 
낭아
priestt
글 잘보고 갑니다.
안타까운 일이라 가슴도 아프고 멋진 분들이 계신다는 것에 용기도 내고 갑니다.
[08/06/08 오후 2:5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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