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촛불집회로 어수선한 가운데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아르헨티나 역시 시위로 인해 전국이 다 어수선하다. 곡물을 생산하는 농촌과 많은 세금을 걷어들일려는 정부와의 기싸움으로 시위대는 중요 도시로 향하는 모든 도로를 막고 물품공급을 차단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애꿎은 국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마트에 먹거리가 부족하게 되니깐…….
물론 한국의 촛불집회와는 성격이 다르지만 정부가 곤혹을 치루고 있다는 점,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안보인다는 점, 많은 이들이 이로 인해 불편과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 에선 비슷하다.

그럼 아르헨티나 사태는 무엇이 문제일까?
그것은 풍요로 인한 사회분배문제 때문에 생긴 것인데, 세계 곡물시장에서 갑작스럽게 콩의 국제시세가 껑충 뛰자 농촌수출자들만 급격히 큰 부를 축적하게 된 것이다. 이 상황에서 정부가 “혼자만 배불리 먹지 말고 가난한자들에게도 좀 나누어줄 수 있도록 세금을 더 내도록 해~” 하면서 강압적으로 나온 것이 이 문제의 시초였다.
곡물중 특히 콩수출업자들에게 해당되는데, 엄청난 량의 콩을 생산해 내지만 정작 아르헨티나국민들은 원래 콩을 잘 먹지 않기 때문에 (아르헨티나 소들도 콩보다는 풀을 뜯어먹는걸 더 선호하므로) 콩생산량중 95% 을 수출해 버린다.
그런데 인구대국인 중국이나 인도가 잘 살다보니 콩소비량이 대폭 늘었고, 광우병문제로 동물성사료 대신 콩을 사료로 주다보니 유럽에서도 계속 콩을 요구하게 됐다. 또 전 세계가 식량부족현상으로 휘청 되고있기 때문에 자연히 콩과 그 외 곡물수출량이 어느 때보다 더 많이 요구 된다. 그래서 콩의 국제시세가 작년중반에 톤당 200 달러였는데 오늘날에는 톤당 460 달러, 즉 그때보다 무려 130% 가 상승했다.
국제의 호황기 때문에 아르헨티나산업중 한분야만 신이 나게 만들 수 없었던 정부는 이미 38%의 곡물수출세를 적용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국제시세에 따라 45%에서 최고 95%까지에 달하는 아주 높은 수출세를 요구했다.
그렇게 많은 세금을 뜯어낼려는 정부에 곡물수출업자들이 반발하고 나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우리들이 피땀 흘려 벌어들인 외화를 정부가 도둑놈처럼 고스란히 뺐어간다는 것이다. 절대로 정부에게 돈을 빼앗길 수 없다해서 높은 수출세에 반대하고 나선게 도로차단과 그로인한 물품공급중단이다.

아르헨티나의 여성파워인 Cristina Kirchner 여성대통령은 이번 주 전국방송을 통해 여러 각개 각층의 인사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전국연설을 했다. 곡물수출세를 조금도 양보 할 수 없으니 정부에 협력하라는 요지였지만, 수출세로 인해 모은 자금인 연간 13억 달러는 가난한자들을 위해 보건, 주택, 도로건설 등에 활용될 것이며, 이를 위해 특별전담팀을 창설하겠다는 내용이다.
사회주의를 표방한 현 정부는 가난한자들을 위한 사회지출을 어떤 다른 정권보다 더 많이 지출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어떤 잘 나가는 분야 쪽에 더 많은 부담을 지울 수밖에 없다. 농촌은 우리에게만 짐을 지는 것은 억울하다고 하지만, 정부는 사상이나 부의 축적 등을 떠나 일단 국민으로서 생각을 해야 하며, 가난한자들을 구원해야 하며, 정부는 모든 층을 포괄해서 평등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잘 버는자가 세금을 더 많이 내서 사회분배가 적절히 이루어 지도록 대단히 미안한 것은 알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깐 부담하라는 것이다. 실지로 곡물수출업자들도 콩의 국제시세가 이렇게 오르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한 일이라 더 많이 번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정부가 보기엔 콩 생산은 인력도 별로 필요 없고, 아르헨티나국민들도 별로 소비하지 않는, 땅에 뿌리면 쉽게쉽게 자라나는 기름진 토지가 그들에게 거져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콩생산을 위해선 농업 기술력과 나름대로의 많은 노력이 필요로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3달간의 정부와 농촌간의 지루하고도 팽팽했던 어느 누구도 양보하기 싫어했던 기싸움에서 Cristina Kirchner 대통령은 이날 국민연설을 통해 그녀 평소의 도도함을 벗어던지고 정부도 그동안 농촌과의 대화부족으로 잘못이 있었음을 솔직히 인정한다며 “미안했다 (perdon)" 고 말했던 것이다. 그녀가 ”미안하다“고 공개석상에서 표현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 아르헨티나에선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이제 농촌대표 측의 반응만이 기다려지는데, 농촌측도 막대한 세금을 걷어서라도 가난한자들을 위해 분배하고 자금을 활용해야만 한다는데에 이의를 제기하지는 못한다. 아르헨티나사람 모두가 어느 정도 균등하게 살아야 한다는데엔 사상도, 지위도, 당론도, 이득관계도……. 그 어떤 관계도 벗어나 우선이 되어야 한다는데 아르헨티나사람이라면 아주 잘 알고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가난한자들에게 내가 번 돈을 좀 나눠주라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한 높은수출세를 내게 될지도 모른다.
물론 농촌대표측은 정부가 인플레이션을 잡는 게 세금을 더 걷는 것보다 중요하며, 한쪽으로만 막대한 세금을 부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일괄적으로 주장하고 있지만, 걷어 들인 세금의 활용도를 발표한 이상 국민들의 눈치를 봐서라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만 할지도 모른다.
이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라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고, 세계흐름이 어떻게 흐를까하고도 깊은 관계가 있다.

아르헨티나의 시위와 복잡한 정치문제를 관찰하면서 내가 느낀 것은 이념과 당론을 떠나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하는것은 똑같은 국민중에 가난한 자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연간 13억 달러를 콩 수출세로 걷어서 30여개의 큰 병원과 200여개의 작은 병원들을 짓고, 집 없는 자들에게 주택을 지어줘서 비바람을 피할 수 있게 해주고, 도로확장을 계획하고, 그밖에 가난한자들을 위한 사회보조를 위한 지출로 할당한 생각이다. 왜냐하면 아르헨티나라는 영토에서 살아가고 있는 모든 국민들이 밥 먹고 잘 살아야지 진정한 국가모양새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실지로 정부는 무너진 중산층을 바로 세우기 위해 무지하게 노력하고 있다.
또 하나는 도도하고 잘난 체했던 Cristina Kirchner 여성대통령이 정부의 잘못을 솔찍히 인정하고 미안했다고 사과를 한 점이다. 대통령은 정부가 협상에 있어서 솔직히 대화부족이 있었다는 것을 시인했다.
잘못된 점을 용기 있게 시인하고 “미안했다.”라고 고개 숙인 태도가 진정 용기 있는 그녀의 태도였다. 국민들은 그런 대통령을 보고 마음이 그녀의 편으로 돌아갔고, 농촌은 또 다른 대대적인 시위를 펼칠 명분을 잃게 됐다.
과연 아르헨티나는 이 까다로운 문제의 실 다래를 잘 풀어나갈수 있을까?
일단 전 국민들이 전부 골고루 잘 먹고 잘 살아야만 한다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어느 층만 유별나게 잘 사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콩의 국제가격이 아무리 올라 어느 한쪽에만 큰 이득을 얻게 됐다 하더래도...

스페인어를 아시는 분들을 위해 대통령의 국민연설, 감동적입니다. 밑의 글자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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