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기 부자들의 ‘역발상 재테크’가 활기를 띠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권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원금이 반쪽이 된 펀드를 증여하거나 반값이 된 아파트를 자녀에게 사주는 등 디플레이션 시기를 이용, 재산을 이전하거나 증여하는 경우가 부쩍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가격이 떨어진 틈을 타 자식들에게 재산을 증여하면 증여 금액이 줄어드는 만큼 증여세도 낮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특히 상속세율이 7∼34% 낮아질 것으로 기대됐지만 상속세율 인하가 보류되고 나아가 인하 여부 자체가 불투명해지자 자산가격이 낮을 때 재산을 증여해 증여세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김모씨(54)의 경우 펀드 원리금이 올 초 2억3000만원까지 불었다 최근에는 1억3000만원으로 반토막 나자 이참에 펀드를 자식에게 증여키로 했다. 올 초에 증여했을 경우 2700만원의 증여세를 내야 하지만 펀드 원금이 1억3000만원으로 줄어 증여세 역시 900만원으로 3분의 1로 크게 줄었다.
주식도 마찬가지. 주당 3만원짜리 주식(보유주식수 2000주)이 1만3000원까지 폭락하면 투자 원금은 당초 6000만원에서 2600만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 주식을 자녀에 증여할 경우 증여세 면세 기준인 3000만원 이하에 해당돼 증여세를 납부할 필요가 없게 된다.
최소의 증여세로 자녀에게 주식을 물려줄 절호의 기회가 되는 것.
우리은행 김인응 GS타워지점 PB팀장은 “시장 침체기에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고 펀드나 주식이 40% 이상 떨어진 경우가 적지 않다. 이 시점에 자산을 넘기면 증여세를 절세하는 효과가 크기 때문에 현재 문의가 많이 오고 있다”면서 “부동산의 경우 해외동포들 위주로 문의가 많이 오고 국내 자산가들은 주식과 펀드 쪽으로 증여나 투자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설명했다.
침체기를 틈탄 역발상 재테크가 부동산시장에도 본격화되고 있다.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경기 성남 분당, 용인 등지에서 집값이 ‘반토막’난 아파트가 늘어난 지금이 자금 여유가 있는 해외동포들에겐 호기가 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의 급등은 달러를 가진 해외동포에겐 환차익만 30∼40% 이상 볼 수 있어 새로운 투자처를 제공한다.
국민은행 박합수 팀장은 “해외동포들이 조단위 금액을 일단 국내로 송금한 후 최대한 환차익을 보고 팔 시기를 노리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들 자금 중 많은 금액을 국내 부동산에 투자하려 상담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부동산 전문기업인 루티즈코리아에는 최근 한 달 동안 하루에 다섯통 이상의 주택 매입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주로 강남권 아파트의 매입 의사를 밝힌 경우가 대부분이다.
해외부동산 중개 전문기업인 맵리얼티에는 해외동포들이 오피스빌딩 매입을 대행해 달라는 요청이 늘고 있다. 현재 미국 동부지역 동포들이 만든 1000억원대 규모의 사모펀드가 국내 오피스빌딩 매입을 저울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eilee@fnnews.com 이세경 박일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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